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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r 17. 2023

박사과정 쓰러지지 않고 하려면

한 해가 시작되었고 아직 봄의 소식이 오기도 전이지만 달력이 두 번 넘어가기 전에 벌써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래 아팠던 강아지 노엘이가 1월 말 무지개다리를 건너 멀리 떠났고, 오래 알고 지내던 동생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지원한 태권도 대회를 응원하러 함께 파리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코로나에 한번 더 걸렸다.

많이 변하지 않는 건 내 논문 진전 정도뿐인 것 같다.


장학금 연장기회가 한 번밖에 남지 않아 내년까지는 논문을 완성하고 졸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나를 채찍질했지만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는 사실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올해가 시작되면서 쓰고 있는 새로운 챕터는 이때쯤이면 30장은 썼을 줄 알았는데 그 반도 채우지 못했고, 내가 예상한 속도보다 논문아 아주 천천히 써지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아주 조급하게 만들었다.

하루종일 써지지 않는 노트북 앞에 앉아있으려니 목만 아팠다. 그렇게 몇 주째 나의 일자목은 나를 더 괴롭히고 있다. 실망스럽고 자괴감 드는 박사과정생활 이야기 끝.으로 맺고 싶지 않아 조금의 변화와 노력을 하고 있다.


만성적으로 아픈 목의 통증이 나의 수면생활까지 방해할 정도가 되면서 평소엔 등한시하던 스트레칭을 급히 찾게 되었다. 일자목을 위한 스트레칭, 기상 후 스트레칭, 요가 등등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칭을 유튜브에서 접하고 있다. 그중 목과 심리적 안정에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요가였다. 처음으로 해본 요가인데 몸과 맘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면서 요즘은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중이다. 


주말에는 되도록이면 컴퓨터와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다. 왠지 주말에도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이러다간 목이 아파 평일에도 의자에 앉아있기 글렀다, 싶어 이젠 주말에 자제하기로 했다. 책상생활은 나의 척추와 목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가끔 집중하면 목이 아파도 참으면서 끝까지 앉아있으니 더 심해진 것 같다. 주말에는 이제 컴퓨터로 하는 연구는 하지 않기로 했고, 독서와 집 정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박사논문을 위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집에 몇 권이 책장에 얌전히 꽂혀있지만 그건 기술적인 팁에 관한 도서들이고 이번에 구매한 책은 Joan Bolker의 『Writing Your Dissertation in Fifteen Minutes a Day』. 논문 작성을 위한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좀 더 일반적으로 논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서 내가 삽질 중이 아닌 뭔가를 만들어내는 중이라고 말해주는 심리적 지지역할을 해준다. 박사 중이라면 추천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는 끊임없는 운동 도전 중이다.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아직 두 번밖에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긴 한 종목이다. 왜냐면 힘들고 힘들어서.. 한번 더 가보고 결정해야겠다. 따뜻한 봄이 시작될 예정이니 작년에 하던 조깅도 다시 시작해 봐야지. 그리고 유일하게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은 테니스다. 테니스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지난 학기에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다. 배드민턴에도 재미를 붙이지 못하던 나인데 테니스는 코치와 같이 운동하는 친구와의 코드가 잘 맞아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 


오래 달리기 같은 박사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려면 몸도 마음도 먼저 건강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고 싶은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죠? 살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다 보면 문득 '니 논문이나 먼저 쓰고 걱정하도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다른 주제의 걱정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은 너무 낙담되는 말 같아서 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냥 한 발짝씩 내디뎌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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