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실패가 수도 없이 많다.
나는 ‘실패’라는 말을 싫어하는데 어떤 일이 실패했다는 것은 그 일이 여지없이 종료됐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나는 ‘끝이 난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친척들이 며칠 놀러 왔다가 떠나는 날이 너무 싫었고, 내가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끝나는 게 싫었고, 재미있게 읽던 책이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일부러 마지막을 만나기 싫어서 천천히 읽었던 기억도 난다.
나만 그런 느낌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던가보다. 내가 사랑하는 ‘보노보노’ 시리즈에 마지막 편은 ‘ 왜 재미있는 일은 끝이 있는 걸까!‘ 였다. 보노보노가 왜 즐겁고 신나는 일은 항상 끝이 나야 하는지를 친구들에게 물어보러 다니는 에피소드다.
모든 일에는 끝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되는 것은 , 그래 오케이, 좋다 이거다.
그렇지만 실패라는 것은 마무리 없이 종료된다.
그것은 우리에게 좌절과 상처를 남기고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주면서 급중단된다. 게다가 실패라는 단어는 아주 강해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을 심어준다. 그래서 나는 ‘실패’가 갖고 있는 뉘앙스를 아주 싫어한다.
나는 ‘실패했다’는 말보다는 ‘어, 안 됐네. 다시 해보자’고 표현하는 것을 즐겨 쓴다.
나는 늘 실패에서 그런 식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전혀 실패한 기분이 들지 않고 계속 그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지난주에 나에게 ‘실패했네’라는 기분이 드는 일이 생겨버렸다.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