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주재원으로 나가고, 남편이 주재원 배우자로 나갈 경우 이혼까지 할 수 있다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겁주던 동료/선배/친구들.
실제로 이혼하게 된 케이스도 봤고, 당초 2년간 함께 하기로 하였으나 1년만에 두손두발 들고 귀국해버린 주재원분의 남편들도 심심찮게 들었다.
게다가 주재원의 경우 주변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둘밖에 없는 친밀한 관계) 그러다보니 싸우기도 참 많이 싸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스트레스 풀 곳도 극히 제한적이기도 하고-
우리 업계의 경우 선진국 파견이 없다보니, 배우자가 와서 할 것도 마땅치 않다. 운 좋게 휴직을 받아 배우자가 동행했다고 해도, 커리어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기회나 학교(석박사) 과정같은 게 많이 드물다(대학에 들어가도 갑자기 대학 자체가 임금체불 문제로 파업해버리는 사례 봄).
미래/현재 주재원들은 가사 노동 안하게 해주겠다, 당신이 돈은 벌지 않아도 된다라고 배우자들을 꼬시겠지만, 이런 조건에 쉽게 응할수도 없는 세상이다(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이런 감언이설을 내뱉는가).
특히 커리어가 끊길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크나큰 단점이 있어서 정말 주의해야 한다. 사기업에 다니던 주재원 배우자들의 경우 파견 끝나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 권고 사직도 당할 수 있고, 요즘 세상에 다 직장생활하는게 디폴트인데 어찌 2년 편하자고 친구도 없고 커리어적 기회도 제한된 이 곳에 어찌 쉽게 올 수 있을까.
(나는 솔로 /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집에서 가사노동만 해주기 바라는 배우자를 바라지만, 실패하는 이유랑 같은 거 아닐까?)
하여 오늘은 한번 주재원의 부부생활에 대한 글을 “배우자 관점”에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장점과 단점
[장점]
1. 혹 육아를 하고 있다면(특히 7세 미만),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기에 입주 도우미를 활용할 수 있음 (육아 or 가사노동 중 하나에서는 해방될 수 있을지도)
2. 외국어 배우기, 운동하기를 좋아한다면 한국 대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수영, 골프, 테니스같은 것들 수강/PT 가능
3.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높은 경우 장점이겠지만, 국제학교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보낼 수 있음
[단점]
1. 커리어가 너무 애매해진다(복귀가 보장된 직업이나 비회사원이면 예외)
2. 운전을 못하면 삶의 대부분을 집에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3. 아직까지 꽤나 공고한 주재원 부인회들도 많아서(내조 집단), 답답하고 권위적인 커뮤니티에 속하게 될 수 있음 (막내라면 최악이겠죠)
4. 주재원 배우자의 영리 활동은 좁은 한인 사회에서 꽤나 말이 나올 수 있는 지점임. 한마디로 행동의 자유도가 제한됨
5. 친구 사귀기 매우 어려운 환경. 배우자는 바빠서 야근하는 날 잦을지도 -> 싸움의 최적조건
6. 걸을 공간이 많이 없음
이를 바탕으로..
주재원 배우자의 길을 가지 말아야 하는 10가지 유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혼밥 꺼리는 사람. 외로움 많이 타는 사람.
2. 밥 너무 잘 챙겨먹는 사람 (10키로 찌는 것은 순간과 같다)
3. 탈모/피부 질환자 (개발도상국 환경이 한국보다 물이 깨끗할 수가 없어서, 머리 많이 빠지고 피부 트러블도 악화될 수 있음)
4. 취미가 없는 사람. 1번이랑도 연결되어 있긴 한데, 혼자서 시간을 잘 지내는 성향이 아니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울 것 같다.
5. 남의 시선을 평균 이상으로 신경 쓰이는 사람(커뮤니티가 좁아서 익명성 보장 안됨).
6. 한식, 해산물이 주식인 분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활어회 같은 거 정말 드물다구요. 내가 겪었던 예외: 과테말라, 베트남, 필리핀)
7. 커리어 욕심 많은 사람들, 특히 사기업 다니시는 분들. 커리어 자칫 너무 꼬여버릴 수 있음. 신중 또 신중 (잠깐 몸과 마음 편하려다가 뒷감당 못하게 될 수 있음)
8. 명품 러버(살 곳도 없고, 명품 치렁치렁 거리며 다니다가 소매치기/강도의 표적이 될 수 있음)
9. 개발도상국이 한국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오면 정말 주재 기간 동안 자기 입에서 남 욕만하다가 끝날 것 같다.
10. MBTI “E” “E” “E” 성향들. 외부에서 에너지 얻는 사람들이 오면 정말 별로다.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야 하는데, 친구도 없고 들어줄 배우자는 회사에만 있고 정례적으로 하는 일도 내가 만들지 않으면 없다.
한편, 주재원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사실 배우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너무 크다. 하루 끝에 나를 맞아줄 수 있는 가족이 집에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주재원 입장에서는 늘 배우자가 나를 위해 희생해서 따라와주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말은 즉슨, 곁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거다 (집안일, 뭔가 배우러다니는 것 등등). 그리고 아무일 없더라도 가족상담을 정례적으로 받는 것도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해 중요한 것 같다. 둘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 수 있는 출구가 없는 환경이다보니 지금 보는 서로의 모습이 인생 가장 최악의 모습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듯 하다
최화정님의 요거트 디저트가 유행이라기에 저도 한번 따라해보았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ㅠㅠ 그래도 저는 산낙지가 제틸 그리워요
* 뜬금없지만
오늘의 앨범 추천; Rainbow Goblin Story – Masayoshi Takana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