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발협력 직업인 Oct 01. 2024

행복과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 독립사건 아닌가요

영화 <한국이 싫어서>. 왜 한국이 싫나요.

한국이 싫어서(2023)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들이 이해도 안 가고,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사람도 이해 안 간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비하적인 걸 농담이랍시고 쉽게 내뱉는 사람들도 참 싫다(예시 : 헬조선, 우리 회사는 어린이집이 좋으니 월급은 쥐꼬리만해도 다녀야지, 감히 저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등등). 

하고 싶은 것 있는 사람들, 한국에 살고 싶은 사람들까지 힘 빠지게 만들고 자기가 있는 지옥으로 내려오라고 끌어내리는 것 같아 싫다. 사실 이런 꼬인 마음으로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기다렸다. 이해 안가는 속사정 들어나보자. 뭐 이런 심보로. 


고아성 배우가 나오는데, 20대 후반에 회사 생활, 결혼 준비하다 이게 내가 원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서 영주권을 받으려고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아성 배우는 처음 호주로 떠나며, 한국에 대해 실컷 욕하고 행복하고 싶어서 간다고 떠난다. 

그곳에서의 많은 삶들이 스케치된다. 호주로 성공적으로 이민을 왔지만 매일 밤마다 할게 없어서 점점 미쳐가다 가족 동반 살해를 저지르고 자기도 죽은 아저씨, 한국에서 취준생으로 여러해 시험에 떨어지며 자살한 친구, 호주에서 하고 싶은 걸 드디어 찾은 사람들, 여러 삶들이 병치된다. 

고아성이 3년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잠시 머물다, 호주도 어디도 아닌 어딘가로 떠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난다.

      

남편은 영화를 보더니사실 사람들은 한국이 싫은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게 뭔지를 몰라서 방황하는 거 같다고 했다. 그게 한국이든, 호주든, 제 3국이든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하면 그 곳은 지옥이 된다고.      

사람들은 흔히 하고싶은 일을 찾고 싶어서, 궁극적으로는 행복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둔다더라. 

그런데 하고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원하는 걸 이루면 매우 일시적으로 "스쳐가듯" 행복한 경우가 많으니까), 하기 싫은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들 왜 그렇게 행복에 목 맬까? 


영화 속에서 고아성도 그렇게 말한다. 행복이 너무 과대 평가된 것 같다고.      


나는 행복한 것과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완전 독립사건, 별개인 것 같다.

버티고 속 앓이 하는 게 미련해보이는 세상이 됐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뭐든 쉽게 판단하고 관두진 말자 이거다. 유연하게 쉬어가는 걸 배워야지. 관둘 일이 아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타인한테 물어보지 말고 자기 기준을 세우면 되고, 그 빈도를 높이면 되는 것 같다. 생각보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어느정도 정해져있다고도 생각한다. 


오히려 행복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겨우 정했다고 해도 하고 싶은 일은 늘 변한다. 멋없는 어른처럼, 현실을 개탄하며 대출없이 집 하나에 통장에 10억이 있으면 회사 관두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 

하하. 나도 한국이 싫은건가.  




작가의 이전글 어쩌면 진정성보다 중요한 것은 "틀"과 "형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