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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협력 직업인 Nov 04. 2024

이모, 이 떡에서는 얼음 맛이 나요

파견생활을 하다보면 상사, 동료의 가족과 식사를 하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생긴 만남이지만 의외로 즐거울 때가 더 많다.


직장 생활에서는 모두가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있는데 반해, 가족을 대하는 상사/동료의 모습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

그 모습이 인간적이라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도 하고, 정도 쌓인다.  

제일 재밌는 것은, 상사/동료에게 어린 자식들이 있는 경우이다.


어린이들은 딱히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서인지 어른들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바라봐주기기 때문이다.


한 번은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일본식 당고를 사갔다.

참 예쁜 당고였는데 아무 맛이 없었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 떡맛 그 자체)

나를 포함한 어른들은 그 당고의 맛에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거나, 한입 먹고 다시 입을 대지 않는 어른 특유의 맛없다는 비언어적 표현을 내비쳤다.


반면, 한 아이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이모, 이 떡에서는 얼음 맛이 나요”


순간 정말 웃겨서 웃음이 났다.

맛이 없단 말은 똑같은데, 내가 사온 떡을 그렇게 진심으로 솔직하게, 열심히 먹어주었구나 싶어서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흔히 알려진 사회생활이라는 건 맛없어도 맛있는 척, 안 먹고 싶어도 먹고 싶었던 척, 별로여도 최고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야 나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고, 적을 만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다보니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는 순간이 점점 줄어든다.

마음 한 켠이 외롭고 허무해질 수밖에.


직장 생활에서 인간적인 관계 만드는 것, 참 어렵고 때로는 비웃음도 사는 일이다.

혹자는 직장이 친구/인간관계 만드는 곳이 아니라 결국 일하러 온 곳.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식으로도 이야기하지만, 난 가급적 뭐, 자기 진심도 무해하게 적당히 내비치면서 인간적인 애정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눈빛을 빛나며 얼음맛이 난다던 그 꼬마애처럼 말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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