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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Oct 05. 2024

그래, 나 브런치 작가였지?  

다시 기록하는 직장인


일과 관련된 일을 한참이나 쓰지 않은 이후에도 종종 브런치에 들어오면 반가운 알람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브런치 작가로 치열한 집필 활동(?)을 했을 때 나는 주로 나의 '일'에 대한 글을 남겼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글을 가장 열심히 쓸 때가 내가 직장인으로서 가장 바빴을 때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도저히 이런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너무 바빠서 글을 쓸 수가 없어." 


그러다 매일 아침 출근해 읽는 롱블랙에서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게 됐다.  



바쁜 와중에도 회사에서 느낀 바를 틈틈이 기록해 여전히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는 나의 이전 글들을 생각하면, 지금 회사에서 2년 반 넘게 일하며 깨달은 바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단 사실은 분명 후회할 일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저의 최종 꿈은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내가? 이래도 되나? 


그렇게 다시 나의 '일 얘기'를 정리해봐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브런치를 켰다(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써내려가기 시작하고 10분도 걸리지 않아 완성한 나의 To Write List. 



소위 말하는 금융 대기업에 입사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적/재정적 풍요를 누리면서 자주 생각하게 된 '일의 밀도'. 밀도 있게 일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퇴근길 기분이 꽤나 다르다는 걸 자주 느끼고 있기에 꼭 얘기해보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내 마음 속에 새겨진 마케터의 정의는 '의미를 만드는 사람'이다. 심스틸러란 인생 책을 통해서 완성된 마케팅이란 일의 정의, 그래서 가끔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래. 나는 의미를 만드는 사람이야.'라고 답한다. 


이외에도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읽는 롱블랙, 폴인, 뉴스레터, 신문기사들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틈에서 얻은 나만의 인사이트 액기스(?)를 이곳에 수줍게 끄적여볼 수 있다니. 그래, 나 브런치 작가였지! 


가장 바쁜 시기에 가장 많은 글을 신나게 썼었기에 거의 절필 선언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나의 오랜 공백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글들이 세상에서 읽힐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브런치 덕분에, 나는 다시 쓸 마음을 갖는다.


사실 요 근래에는 블로그에 엄청난 양의 맛집 리뷰 포스팅을 하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몇몇 식당에서 협찬을 받게 되면서 요새는 스스로 서치해 궁금했던 맛집들의 리뷰 기회를 잡고 바삐 스케줄을 짜 방문한다. 이런 열정을 보자면 나의 글쓰기에 대한 애정 - 이라기보다는 먹는 것에 대한 애정인가... - 은 어떤 결로든 계속 발현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맘도 든다. 


이제 직장인으로서의 글쓰기도 더는 지체하지 말아야겠단 다짐을 해보는 아침, 기분 좋은 가을 공기와 맛있는 빵과 커피가 있는데 글 쓰는 게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경복궁역 6번 출구 바로 앞, 새로 생긴 분위기 좋은 카페 오커쇼어. 커피도 맛있고 빵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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