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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Jul 11. 2021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글로 풀어쓴다면

남의 글이라도 따라 쓰면 좀 낫지 않을까


* 이 글에는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에 멸망이 들어왔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결국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묻거나 누군가에 의해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면 나는 줄곧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어려운 질문의 터널을 빨리 빠져나오기 위한 나만의 자구책인지, 진짜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정말 간절하다면 이렇게까지 글을 안 쓸 수 있나 싶을 만큼 너무 안 쓰고 있지만, 나는 나를 좀 더 기다려주고 싶다. 


그러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는 것을 다시 동경하게 되는 어떤 장면을 만났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드라마 덕후였는데 최근에는 빠져서 보는 드라마가 딱히 없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보는 드라마 한 두 편이 있긴 하지만 인생 드라마라고 할 만한 작품을 발견하진 못했다. 하지만 확진자 밀접 접촉으로 집에만 콕 박혀있는 시간이 계속되자 뭐라도 보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10화 이후 멈춰있던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에 멸망이 들어왔다>를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k-드라마의 아이콘 같은 김은숙 작가의 서브 작가였던 임메아리 작가다. 전작인 <뷰티 인사이드>가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니 온전한 창작으로는 첫 작품인 것(제목만 보고 당연히 웹툰이 원작인가 했는데 아니라고). 어쨌든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비해 다음화를 보게 만드는 임팩트가 약하다고 생각하며 아쉬워하던 이 작품에서 나는 필사하고 싶은 한 장면을 만났다. 스스로 쓰지 못하고 있는 시기이니 만큼 남의 글이라도 따라 쓰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필사도 하고, 브런치에도 공유해보려 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동경(박보영)이 자신에게 삶을 내어주고 세상을 떠나간 멸망(서인국)을 그리워하며 멸망에게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그냥 왠지 공감이 되어서 몇 번을 돌려보게 됐다. 드라마의 대사보단 책의 문장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한데 박보영 배우의 나긋한 목소리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글로 풀어쓴다면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풀어내지 못한 숱한 감정들을. 

 


안녕, 잘 지내? 

난 여전히 별 일 없이 살아. 

가끔은 웃고 가끔은 화내고 가끔은 지루해하면서 

그렇게 살다 보면 가끔은 선물 같은 순간도 오고 

또 가끔은 죽고 싶게 힘든 순간도 오지만 

그래도 살아 네가 내게 준 삶이니까

그래도 걸어 그게 인생이니까. 


너는 어디쯤일까. 

지금 어딜 지나고 있을까. 


어쩌면 벌써 나에게로 온 건 아닐까

전혀 다른 얼굴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혀 다른 존재로.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야 

만나는 모든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야 

너인가 너인가 하고. 


내가 너를 지나치면 너는 늘 그랬듯이 내 손을 잡아줄래?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아주 잠시라도 괜찮으니까 

잡아줘 잡아줘 날. 


-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15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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