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Apr 11. 2023

애쓰기

애써도 인정과 안정이 없어서

글쓰기조차 싫었다. 다른 이의 삶에 관심 가질 여력도 안되고 어떤 조언도 달게 들리지 않을 거 같아서. 그러나 결국 내가 셧다운 되는 상황에서도 아주 작은 출구는 글쓰기였다. 그리고 다른 이의 삶을 핸드폰 너머 응원하고 공감하는 것이 그나마 나를 환기하기에 적절했다.


생각만으로도 부정적이라 그럴 글로 남기고 싶지도 않고 남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마음을 들게 하고 싶지도 않다. 나를 불편해하고 거부감 들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그럴만하지 않다고 판단해버릴까 봐 스스로 움츠러들고 고립되어 가는 시간을 잠시 보내고 있다.


고통이 잘근잘근 이어지고 괴로움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찾아온다. 그럴 바에는 그냥 확 끝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더 최악은 없을 테니까. 그러면 다시 일어날 일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너무 사소하고 작은 일들이 많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유쾌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 지금의 나는 그냥 지뢰밭을 걷고 있다. 어떨 때는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바람 빠지고 축 늘어진 풍선 같다. 과소각성 되는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데,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불과 한 달 하고 며칠 만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졌다.


상황과 환경에 취약한 인간임을 느낀다. 어릴 때 많은 사랑을 받았고 뭐든 잘한다는 인정을 배불리 먹어서 어떤 일이든 잘할 거라 생각해 왔다. 그러나 현 회사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강한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약해지는 걸 두 눈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사랑하는 일임에도 견디기가 힘든 게 꽤 잦다. 모든 걸 내려놓고 닫히고 싶다. 씨앗처럼. 그러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물을 주고 햇빛을 주고 적정 환경을 맞춰주면 다시 싹을 틔우겠지. 틔우길. 그런 날을 기다리며 숨을 참고 눈물을 참고 애쓴다.


폭우 속에 싹틔운 너가 궁금해


작가의 이전글 비눗방울 그 작은 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