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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언 Sep 06. 2021

시티보이

#1 시티보이에 대하여

뽀빠이는 1976년 창간호 표지에 “Magazine for City Boys”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 뽀빠이는 ‘시티 보이’는 사전에 나오는 단어가 아니며 어떤 전문가도 이 단어를 정의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뽀빠이는 시티 보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모든 측면에서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간 이후로 그들은 지속해서 여전히 시티 보이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스타일이나 사고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시티 보이를 만드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뽀빠이를 읽으라고 말한다.


2012년 6월호 새롭게 리뉴얼한 뽀빠이는 다시 한번 시티 보이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한 후 1990년대 경제 암흑기를 지나 비슷한 잡지들이 폐간되던 2000년대를 버텨온 뽀빠이에게 2012년 리뉴얼은 성공이었다.

 

뽀빠이를 출간하는 출판사 매거진하우스에서 내놓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잡지인 BRUTUS(1980~)의 부편집장이었던 키노시타 타카히로가 뽀빠이의 편집장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뽀빠이, 21세기 시티 보이가 시작되었다. 뽀빠이와 브루투스는 짐작하는 대로 미국의 만화 캐릭터인 뽀빠이와 브루투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여성 패션 잡지인 OLIVE(1982~2003 휴간)도 있었다.

 

키노시타가 오기 전까지의 뽀빠이는 패션 잡지라고 하기에는 평범했다. 초창기 의욕적으로 편집진들이 직접 미국에서 두 달 동안 체류하며 미국 서해안 특집을 만들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같은 잡지라는 생각을 못 할 정도였다. 2000년대의 표지는 대부분 연예인이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나 배우가 주로 표지에 등장했다. 특히 어린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아이돌을 자주 표지에 내세웠다. 그 이유는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이 전면적으로 보급되고 스마트폰까지 출현한 시대에 뽀빠이는 한 발 앞서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잡지는 아니었다. 젊은 남성들이 데이트를 위해 스타일을 참고하는 잡지에 지나지 않았다. 표지에서 “Magazine for City Boys”가 모습을 감춘 지도 오래였다.


하지만 키노시타가 편집장으로 오면서 달라졌다. 그는 뽀빠이를 부활시킬 수단으로 시티 보이를 선택했다. ‘카 탈로그 잡지’라고 불리던 1970~80년대 내지 레이아웃을 부활시켰다. 표지에는 연예인이 사라지고 “Magazine for City Boys”가 돌아왔다. 키노시타는 “City Boy ABC” 특집호를 통해 시티 보이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웠다. 시티 보이가 돌아왔음을 알리고 그 후 매호마다 패션, 음식, 여행, 일과 직접, 인테리어, 도시 등에 대한 한 가지 주제를 다루며 그 주제에 맞춘 시티 보이의 일상을 패션 화보, 취재와 인터뷰, 칼럼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뽀빠이는 남성 패션 잡지이면서 동시에 시티 보이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잡지이다. 단순히 어느 브랜드의 어떤 아이템을 걸치고 도쿄의 어느 카페에 가서 어떤 책을 읽는 것이 힙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티 보이 스타일은 뽀빠이에서 보여주는 패션 화보를 통해 따라 할 수 있어도, 시티 보이의 마인드는 스타일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뽀빠이를 읽다 보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뽀빠이는 자세하게 시티 보이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는 브랜드와 숍을 알려주면서, 그와 동시에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집에서 살며, 어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누구와 대화를 나누며,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좀 더 나다운 사람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길을 보여준다. 시티 보이는 그저 패션이 아니다. 시티 보이 스타일은 분명 존재하지만, 스타일이 시티 보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시티 보이 스타일을 한 소년이더라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혐오 발언을 내뱉는다면 시티 보이가 아니다. 겉모습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뽀빠이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물건 카탈로그에 정신이 팔려 비슷한 스타일이 되어도 그 사람의 내면에 소수를 혐오하고 약자를 괴롭히려는 마음이 있다면 절대 시티 보이가 될 수 없다. 키노시타는 2016년 WWD JAPAN과의 인터뷰에서 시티 보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말했다.

 

“겉모습은 상관없다. 예전에는 좀 더 자세하게 정의했지만, 정신적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할 수 있는 남자아이. 여자아이에게 상냥하고 향상심이 있는 남자아이가 시티 보이라고 생각한다.”


시티 보이는 스타일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스타일에 어울리는 마인드가 장착되어야 한다. 그 마인드는 기본적으로 ‘여자 아이에게 친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일은 규칙이므로 몇 가지 아이템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누구나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내면의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좋다고 하는 것 중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 것들 몇 가지만 찾아서 나의 것으로 만든다면 내면도 바뀔 것이다.

 

보기 좋은 겉모습은 타인의 호감을 산다. 타인의 호기심을 애정으로 변환시키는 건 내면일 것이다. 뽀빠이는 겉모습과 내면을 모두 가꿀 수 있는 방법으로 시티 보이가 되어보라고 한다. 겉모습만 따라 한다고 해서 그 스타일이 완전히 나의 것이 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든 받아들여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나 시도는 분명 머지않아 나를 바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티 보이가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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