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결정적 순간' 서평
고등학교 때까지 국사나 근현대사 같은 역사 교과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암기할 것이 많아 힘들긴 해도, 옛날이야기를 알게 되면 내가 더 큰 사람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오래된 프레임을 굳게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히려 대학 입학 이후부터는 반대였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는 걸 핑계로, 과거를 일부러 들춰 보지 않으려 했다. 과거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틈만 나면 현재 혹은 미래만 이야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접한 책인 '결정적 순간'은 과거의 순간들에 내가 왜 집중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알려준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전문가가 각각 환경, 말(연설), 법, 이념, 우주 분야의 다섯 가지 결정적 순간을 인터뷰한 내용을 기술한다. 각 인터뷰는 인터뷰를 진행한 인터뷰어인 에디터의 마무리 문단과 함께 완성도 있게 제시된다.
다섯 개의 인터뷰는 환경, 말, 법, 이념, 우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인터뷰이는 해당 분야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친다. 결정적 순간들은 특정 사건과 사고의 흐름으로부터 비롯된다. 예를 들어 환경 분야는 경부 고속도로 건설, 말 분야는 한일관계에 대한 전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 담화문 발표, 법 분야는 차별금지법 공청회, 이념 분야는 여순사건, 우주 분야는 스페이스 X의 팰컨 해비 동시 착륙 사건을 다룬다.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우리 현재의 선택, 그리고 미래의 삶과 맞닿아 있는 가까운 내용이다. 우리가 왜 효율을 따지게 되는지, 강한 말들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좋은 말들을 가릴 수 있는지, 차별금지법이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념 사이에서의 진정한 의미의 연대나 공존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실패도 박수받는 문화로의 변화가 될 수 있는지 등을 이 책을 통해 탐구할 수 있다.
p.11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전례 없지 않다. 그 전례가 미래 혁신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이 책은 케케묵은 역사를 말하지 않는다. <<결정적 순간>>은 미래를 바꿀 혁신가에게 순간이라는 레퍼런스를 제시한다. 전례 없는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건 잠시의 트렌드,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다. 우리가 점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 그 자체다.
#북저널리즘 #북저널리즘북클럽 #북클럽 #결정적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