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매력적으로 포장하는데 실패한 포트폴리오, 과감히 버리기.
취업 시장에서 대차게 떨어진 지난 3월.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 벌써 8월이 되었다. 내가 더 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이 나를 짓누르기도 했고, 무조건 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을 가졌던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나를 객관화하여 바라보기도 했고,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내면으로 단단해진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감사하게도 그 사이, 나의 거취 비슷한 것도 제안해 주셔서 잘 준비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찝찝함이 계속 남아 있는 건 왜였을까.
애써 외면하던 그 이유를 어제 한 브런치 글을 읽고 들춰냈다.
원인은 바로 내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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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력서 말고도 자신의 작업물을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곳이 꽤 있는데, 나의 분야도 포트폴리오는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나 역시 구직을 위해서는 10년 전 포트폴리오 말고, 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만 했다.
밥 먹고 하던 일이, 심지어는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머릿속 생각을 구조화해서 슬라이드에 풀어놓는 일이었는데, 이번 포트폴리오는 웬일인지 그게 잘 안되었다. 내가 한동안 현업을 떠나 있어서 이렇게 늘어지는 건가 싶었다. 결국 10월부터 시작한 작업은 3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끝났다.
오랜 시간 붙잡고 있던 새 포트폴리오였으나,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이 안 갔다. 그래도 내 이름 달고 나가는 결과물들은 끝엔 늘 자랑스러웠는데, 최장시간을 붙들고 있던 문서가 이 모양이라니 만들고도 짜증 났지만 시간에 쫓겨 그냥 제출해 버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구구절절 스타일로 정리되어 있는 문서. 스토리텔링, 셀프 브랜딩, 컨셉, 퍼스널 브랜딩, 이런 건 전혀 없는 그냥 했던 거, 좋은 거 다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스타일. 내가 봐도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문서였다.
그러니 당연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겠지.
알면서도 지금까지 애써 외면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1. 다시 해도 오래 거릴 것 같아서 (프로포절 때보다도 오래 붙잡고 있었다.. 무슨 일..)
2. 나를 들여다보기 싫어서 (경력단절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
3. 여유가 없어서 (시간을 죽이는 것 같아 뭐든지 빨리 하고 싶었다..)
셋 다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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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중요하다고 그렇게 목놓아 불렀으면서, 보는 사람 생각하고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으면서, 내 포폴을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지금 보니 이해가 안 간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거 같은 걸까. 대체 나는 뭘 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다 단비같이 만난 글 하나 덕분에, 내 포트폴리오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마주했다. 인정! 내가 입체적으로 보이기는커녕, 진짜 노잼 사람으로 보이기 딱 좋은 포트폴리오였다. 슬프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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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찝찝했던 이유를 찾았으니 이제는 없애봐야겠다. 다시 써보자! 잘은 안 해도 되니 일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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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것, 포폴 뜯어고치는 과정과 결과물을 쭉 글로 정리해보자는 소소한 목표를 꾸려 본다.
(이것은 나의 작디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