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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Nov 03. 2024

다시, 출근 전 날

그렇게 원했던 일하는 나로 돌아가기 24시간 전


아들: "엄마는 집에서만 일하는 거 맞지?"

엄마: "엄마는 회사 가서 일하지. 아빠 회사는 판교지만 엄마는 강남이야. 가끔씩 집에서도 일할 거야." 

아들: "....."




이 대화는 본격적으로 내 취업 사실을 아이에게 주지시키던 약 3주 전부터 일어나는 대화다. 하루에도 5번 이상 아들이 나에게 묻고, 내가 답해주는 이 대화. 아이의 질문은 알고 보니 '엄마도 아빠처럼 비행기 타고 출장 가서 멀리서 일하는 거 아니지?'라는 걱정이었음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답을 바꿨더니 이제야 엄마가 '엄마의 일'을 하게 되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눈치다.  




아들: "엄마는 집에서만 일하는 거 맞지?"

엄마: "그럼! 선호 유치원 가 있는 동안 엄마 일을 하는 거야. 엄마는 일 하는 엄마 모습이 정말 좋거든."

아들: "나도 일하는 거 좋아~ 나도 바빠~"




_


사실 요즘 아이의 달라진 모습이 느껴진다. 아빠가 귀국할 때면 항상 아빠랑 놀다 자겠다고 했는데, 이번 주 2박 3일에는 '엄마가 최고 좋고, 엄마랑만 자고 싶다'며 엉엉 울어댔다. 심지어 자기를 안아서 재워달라까지 한다. (선호는 아기 때부터 안아서 재운 게 손에 꼽을 정도로, 안겨 자는 걸 싫어했다.) 



이 다섯 살짜리 꼬마도 우리의 상태(status) 변화를 감지하고 겁내고 있다는 걸 엄마인 나는 온몸의 감각으로 느낀다. 




_




나라고 마음이 편할리는 없다. 



첫 출근이 엄청나게 설레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바위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엔 비교적 자유롭게 출퇴근하던 워킹맘이었지만, 이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야근까지 더해지는 일이 생길 것이다.

아이가 많이 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엄마가 필요한 순간들이 많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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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난, 내가 행복할 때 나오는 긍정의 감정이 아이에게도 분명 연결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다. 너 키우느라 엄마가 하고 싶은 걸 못했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재밌게 일하는 엄마를 보며 사회 속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그래서 더 재밌고 신나게 일을 하려 한다. 정말 깊은 고민 끝에 감사한 제안을 고사하고, 내가 잘해보고 싶은 일을 찾아 CV와 포트폴리오를 새 회사에 제출한 이유다. 이번에도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돌이켜보니 난 늘 부모님이 아쉬워하는 쪽의 선택을 한다. 음악 그만둔 것도, 첫 회사도, 창업도, 지금 회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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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워킹맘이 될 준비를 하는 일요일이었다.


이제부터는 평일에 더 심하게 아프면 안 될 것 같았다. 일어나자마자 똑딱으로 오늘 하는 소아과 예약을 했다. 예약 오픈 하자마자 버튼을 눌렀는데도 대기가 56번이어서, 러키비키로 예배도 다 드릴 수 있었다. 소아과 진료 후에는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꼬마김밥 가게에서 맛있게 김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 청소를 마치고, 수지도서관에 가서 아이 책을 반납하고 새 책을 골라왔다. 저녁을 먹고는 유치원 숙제를 함께 하고 샤워시키고 '안아서' 재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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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워킹맘으로서의 길을 시작한다.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면서도, 나 자신을 위한 여정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이와 함께, 나의 꿈도 함께 키워나가는 새로운 내일이 기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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