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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구 Oct 19. 2019

글쓰기 프로젝트 2주 차

아버지

  어린 내게 아버지의 이미지는 등이었다. 유독 넓은 그의 등이 세상처럼 넓어 보였던 것도 있었지만 그 때문만은 아녔다. 사진기자 일을 했던 그는 휴일이면 날이 밝도록 침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자세도 늘 같았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누워 내게 등을 보였다. TV 위에 놓여있던 위장약만으로는 나는 그의 고된 일주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늘이 절실한 나이. 어린 내게 아버지의 자리는 늘 비워져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처럼 살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IMF 시절, 감사패와 함께 명예퇴직으로 돌아온 그를 보며 난 그의 직업조차 닮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속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아진 내게, 이제 아버지의 이미지는 정수리다. 듬성듬성 숱이 빠진 그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나는 그가 평생 머리에 이고 어깨에 지고 삶아왔을 세상의 무게를 조금씩 가늠한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그의 길을 따라 걷는 나를 보며 운명의 수레바퀴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저 대화의 물꼬를 틔울 계기가 있다는 게 반갑다.
 

  그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애써 그가 감추고 싶어 했던 것들을 하나 둘 발견한다. 놀랍게도 내가 그를 너무 닮아 놀란다. 한 때 절대 그를 닮지 않겠다던 나는 이제 그의 반의반은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어린 나를 안고 있는 사진 속 아버지가 너무 어려 다시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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