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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 l o a n Jan 26. 2022

Amour, Michael Haneke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9년 전 오늘 쓴 글이 있다.

친한 언니가 포스터의 안느 얼굴을 보고 나를 떠올렸고

나는 영화에서 안느가 나올 때마다 우리 외할머니랑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외할머니랑 닮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던 터라, 

그 언니가 안느의 얼굴을 보고 나랑 닮았다고 했을 떼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나한테 외할머니랑 닮았다는 얘기는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라서.


9년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인공 안느를 맡았던 엠마누엘 리바도 세상을 떠났고...

솔직한 얘기들을 풀어 놓기엔 아직 용기가 없지만

다들 겪을 일들을 미리 경험했기에, 순간순간들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나도 힘들 때, 익명의 누군가의 자세하고 솔직한 글들로 위로 받은 적이 있었고 그 어떤 지인의 조언보다도 큰 도움을 받았었기 때문에...


아무르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두 감독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속에서 그 빛을 잃어가는 시간을 옆에서 오랜시간 함께했을 거라고 미뤄 짐작했었다.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는 일들, 이해가 되는 것들. 


9년 전 글도 옮겨 왔다.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짤막한 글들을 한 군데에 다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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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ur , Micheal Haneke, 2013년 1월 26일.


어제 오늘 계속 OST 를 듣고 있다.


OST 마지막의 2 트랙은 영화 속 장면, 대사 부분을 그대로 음반에 옮겨 담아져있다.


하나는 안느가 stroke 때문에 우측 마비는 되었으나 여전히 매력적이고 고상한 어조로 제자와 오랜만에 해후하는 장면. 제자 (알렉상드르 타로, 실제 피아니스트)는 어떻게 된 거냐고 속상해하며 묻지만, 안느는 단호하고 아름답게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하고 그에게 연습시켰던 베토벤의 바가텔을 연주해달라고 부탁한다. 


바로 다음 트랙은 의미없이 울부짓고 있는 안느에게 그 동안 들려주지 않았던 어린 시절 얘기를 조근조근 내어놓는 조르주의 독백. 안느와 마주보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안느가 들을 수 없으니, 독백처럼 혼자 이야기 한다. 영화초반과 후반에 꽃이 무슨 의미일 지 궁금했었는 데, 조르주의 이 마지막 독백을 몇 번을 듣다보니 꽃은 계속 갖고 싶은 것, 계속 하고 싶은 것 그런 의미 인가 보다(독백은 불어라서 아무리 들어도 문장을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이 트랙을 들을 때마다 자막이 또박또박 눈 앞에 떠오른다.) 고백과 같은 독백을 많이 지쳐있는 안느와 그리고 자신에게 조용히, 감정을 배제한 체 이어가는 장면이 영화 속 그대로 음반에서 흘러나온다.


영화상에서는 시간차가 있는 두 장면인데, OST 에서는 연달아 나오니. 감정이 더 고조가 된다. 귀로만 들어도 닮고 싶을 정도로 우아한 안느...짧은 시간에 의식이 희미해지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해 그 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태도나 취향을 지키지 못하고 아니 지킬 수도 없이 무기력하게 죽음을 향해 간다. 슬퍼할 그리고 억울해할 겨를도 없이 노부부에게 죽음은 너무나 빠르게 다가오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도 힘은 들지만 죽음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유한한 삶을 사는 사람이기에 죽음에 대해서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감독의 절제된, 일상처럼 이끌어 간 연출에 때문에 오히려 죽음에 대해 더 깊고 실재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훗날에 아름답게 죽는 것은 '이러이러한' 거라고 대한 나름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 데, 그러한 생각조차 죽음앞에선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나...


정말 먹먹히,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던 조르주의 선한 까만 눈동자. 죽음을 지켜보던 그의 까만 눈동자. 그리고 질끈 굳게 감았던 그의 눈. 죽음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그의 까만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정말, 오랜만에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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