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 l o a n Jul 26. 2022

비오는 그 골목


슬픔을 거둘 새도 없이 수만가지 결정할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 몰랐다. 떠밀려가듯 장례식장에서 처음 경험하는 테스크를 눈도 뜰 수 없이 지친 상황에서 결재하듯이 하나하나 다 마치고 겨우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는 데.


그때는 새벽 3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같이 쓰자고 권유했지만 막내가 자기는 괜찮다고 담배 피고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해서 걸음을 서둘렀는 데,

 

그 때서야 뒤에서 우렁차게 울리던 그의 서러운 울음소리. 내내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고 침착했던 그가 동물적으로 그 어두운 골목에서 오열했다. 태어나서 그가 그렇게 우는 거는 처음 들었고, 탈진이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잠깐 멈춰섰다가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천천히 앞서서 걸어왔다.


둘이 얼마나 서로 사랑했던 가

가늠할수도 없는 둘만의 정.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하고 정리를 하는 일.


그 골목만 지나가면 그 때 장면이 떠오른다.

아마 그걸 듣고 하늘에서도 같이 울었을 거야. 더 눈물이 많은 분이셨으니까. 그리고 막내가 아까워서 더 많이 울었을 듯.

작가의 이전글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