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평론가 평점 8.22 / 로튼토마토 신선도 91%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레이놀즈 우드콕), 빅키 크리엡스(알마)
네이버 평론가 평점 9.22 / 관람객 평점 8.64
로튼토마토 신선도 91% / 관객 점수 71%
이 영화의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에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인식이 있다. 이유는 이 감독의 초기 작품이었던 <마스터>를 보고 이미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는 걸 떠나서 난해한 내용,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들의 행동에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게 굉장히 힘들었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의 가장 최근 작품을 이번에 리뷰하는 이유는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전문가 평점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고 이 '전문가 영화'를 주제로 써보자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딱 이 영화가 전문가의 평가와 대중들의 평가가 평이하게 다를 것 같아 좋은 교보재가 될 것 같다. 이 영화 전에 썼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는 전문가와 대중 모두를 사로잡을 만한 작품이어서 '전문가 영화' 카테고리에 들어가기가 애매했었는데 이 영화는 과연 어떨지 자세히 보도록 하겠다.
정말 평범한 대중의 눈으로 봤을 때 따분하고 의미 파악이 어려웠다. 연출이 배배 꼬이 거나 난해한 장면 등이 등장하지 않아 모든 내용을 한번 보고 이해할 수는 있었는데 그 스토리가 개인적으로 감명적이지 않았다. 아주 개인적인 평가이긴 하나 어떤 점이 이 영화를 좋게 만드는지를 알아보지 않는 한 나의 평가(사실 정확히는 평범한 대중들의 평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의 감독도, 제작진도 대중적으로 만들려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의 전작품들이 다 그렇듯 모든 사람들이 통용하고 이해하고 재밌어하는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실 재밌다 재미없다를 평가하는 게 무의미하고 전문가들은 왜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지, 어떤 점이 이 영화의 결을 다르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만약 패션이나 예술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영화의 60~70% 장면이 예쁜 드레스 장면이니 굉장히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 쪽에 문외한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60~70% 장면에 시큰둥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분명 아름다워 보이는 드레스들이 즐비하게 등장하는데.. 그게 나한테 혹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다른 감명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드레스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를 자세하게 아는 사람들만이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팬텀 스레드란 보이지 않는 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드레스나 옷을 만들 때 바느질의 흔적이 없어야 좋은 옷이라고 평가하면서 생기게 된 단어이다. 이 뜻은 19세기 사교계 드레스를 만드는 여공들이 집에 와서도 상상 속으로 작업을 하면서 쓰이기도 한다. 좋은 드레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그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 희생된 여공들을 표현한다는 것이 꽤나 아이러니했다. 이 영화에서는 레이놀즈와 알마의 보이지 않는 관계를 뜻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좋은 제목이라 평가되고 있다.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의 캐릭터에는 결핍에 시달리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영화 <마스터>에는 프레디가,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에는 다니엘이 그러했다. 이 영화의 레이놀즈는 어머니에 대한 결핍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알마를 통해서 해소해한다. 분명 영화 초반까진 레이놀즈가 관계에 대해 우위를 점했지만 후반에 갈수록 우위는 알마에게 기울어진다. 문제는 관계의 우위를 어떻게 가져가냐인데 알마가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앎에도 레이놀즈는 순순히 받아들인다. 자신이 약해져야만 어머니의 사랑 같은 애정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사랑에 우리는 쉽게 조언조차 해줄 수 없다.
영화의 알마는 초반부터 꽤나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그 시대의 누군가의 뮤즈, 정확히는 남자들의 뮤즈는 남성들이 하라는 데로 고분 하게 듣는 인물들이 실제로 많았다. 하지만 알마는 처음 레이놀즈를 만날 때부터 먼저 메모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어떤 얘기든 주눅 들지 않고 소신 있게 답한다. 레이놀즈가 작업실이자 집에서 왕으로 군림하던 모습들에도 그녀는 쉽게 자신의 취향을 굽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부에 레이놀즈의 사랑을 얻기 위한 몹쓸(?) 짓을 쉽게 이루어내며 본인 스스로 쟁취해낸다.
여러 리뷰를 읽어보고 곱씹어 보아도 나는 도저히 이 감독의 영화에 어떤 점이 대단한지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처음 본 평가 그대로 나는 이 영화가 그저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은 환장할 수 있도 있는데 죄송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깊숙이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너그러히 넘어가 주길 바란다. 반대로 나처럼 이 영화에 대해 처음 느낀 그대로 별로였던 사람들도 역시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길 바란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마다 평가는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려 할수록 더욱 이해가 안 되는 수렁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혹은 나 자신조차 속이며 이 영화는 어쩌면 재밌는 영화일 수도 있다고 세뇌시킬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이 글의 카테고리는 어떻게든 전문가들의 평가를 이해해보고자 쓰는 글이었는데 벌써부터 포기하게 되었다. 이 영화를 극찬하는 여러 글을 보아도 도저히 내 감상,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내 부족이자 내 취향의 문제인 듯하다. 이 영화의 리뷰는 여기서 마치고 추가적으로 생각나는 감상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내용이 있다면 나중에 추가로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