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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긜잡이 Feb 09. 2021

[추천영화] 내가 죽던 날

내 곁엔 나를 구해줄 '내 편'과 내가 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감독 : 박지완

출연 : 김혜수(현수), 이정은(순천댁), 노정은(세진)



추적극과 힐링물의 만남


이 영화는 미스터리한 하나의 사건을 추적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힐링 영화로 구분하고 싶다. 분명 영화의 주 내용은 주인공 현수의 삶이나 세진의 삶이나 모두 행복한 삶은 아닌데 말이다. 이 영화는 후반부 전까지는 조금은 평범한 추적 영화이나 딱 한 장면으로 미스터리 추리 영화에서 힐링 영화로 탈바꿈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굉장히 독특한 지점에 있는 영화라 생각하고 또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힐링 영화나 미스터리 영화는 많이 존재하는데 이 두 가지가 결합된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엔 이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영화에 많은 발전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정이입, 공감

대부분의 영화들은 관객들이 극 중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래야 몰입이 되고 재미를 느끼며 힐링 영화에서는 위로를, 미스터리 영화에서는 스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돕기 위해 주인공 현수가 세진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현수는 직장에서 일어난 사고와 남편의 이혼 등으로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나만큼이나 힘들어 보이는 세진에 동질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악착같이 세진의 실종사건을 파헤치려 노력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과 세진이에게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 계속해서 좌절한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 역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즉 관객은 현수에게, 현수는 세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추적과 관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즉 현수도 우리와 같은 관객의 입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수는 정말 이 실종사건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분명 사건의 본질을 파악했음에도 말이다. 현수는 충분히 개입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러지 않는 이유는 아무도 없을 것 같았던 세진의 삶에 희망이 있었음을, 위로자가 있었음에 반가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현수는 우리와 같은 관객의 입장에서 세진의 삶을 통해 변화되고 자신감을 얻는다. 현수의 삶을 바라보고 있던 우리도 결말에 다다라선 현수처럼 웃음과 행복을 되찾길 바라본다.





득과 실이 존재하는 설정

앞서 얘기했듯이 세진의 삶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는 세진의 삶인데 이는 득도 있고 실도 있게 만드는 설정이다.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영화에 형사 개인의 스토리가 많다는 건 추적하는 사건의 밀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의 주된 사건인 세진 실종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 설정은 적고 실종사건의 퍼즐 조각이라곤 태풍 치던 날이라는 점에서 영화를 추리하는 재미가 조금 덜했다. 그 대신 얻어가는 점은 분명 있으나 누군가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영화가 처음부터 세진의 실종사건과 현수의 삶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점, 주변 인물들이 너무 많은 점은 이야기의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것 역시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꼭 필요했던 설정이었으나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했다. 





현수의 웃음

처음으로 현수가 웃는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안도와 기쁨, 위로를 주었다. 영화 내에선 '나를 구해줄 사람은 나'뿐이라고 냉정하게 얘기하지만 결국 나를 구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건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이었다. 나와 너무나 닮아있던 세진의 삶에 '내 편'이 있음을 깨닫고 짓는 현수의 웃음은 본인의 삶에 대한 안도의 웃음과도 같을 것이다. 현수는 세진의 삶을 통해 웃음을 되찾고 자유를 되찾았다. 앞으로 현수의 삶이 어떨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현수는 치유가 되었다. 현수의 웃음을 보며 우리도 지친 삶 속에서 위로와 치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현수가 웃는 장면에서 내가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아쉬움이 상쇄되었던 것 같다. 위로와 치유의 영화를 찾는다면 나는 단연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영화배우의 연기력을 논하는 것은 글의 분량을 늘리기 편한 치트키(?) 같아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다. 정말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면 배우의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다 훌륭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만큼은 꼭 언급하고 싶다. 연기는 과장하는 것보다 절제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의 모든 배우들이 각 캐릭터의 감정을 잘 조절하며 표현한 것 같다. 특히 배우 김혜수의 절제되어 있는 표정은 슬픔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느낌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영화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을 드리고 싶다. 영화의 후반까지 너무나 지치고 힘든 삶이라 처음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의아할 수도 있는데 마지막의 묵직한 장면에서 모든 이야기가 뒤집어지기 때문에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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