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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Mar 10. 2023

마흔둘, 낯설게 나이 먹기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읽고 

"우리 딸 올해 몇 살이지? 아빠가 이제 네 나이도 가물가물하다."

주말에 통화하며 아빠가 대뜸 내 나이를 물었다. 20~30대의 나였다면 딸 나이도 기억하지 못하냐며 아빠에게 서운한 마음을 여과없이 표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흔둘의 나는 그냥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빠에게 말했다.

"나도 중년이에요 아빠. 마흔두 살이라니. 나도 가끔 내 나이가 헷갈리는데 아빠는 당연하지."

실제로도 그랬다. 나는 내 나이가 참 낯설다. 첫 아이를 낳고 나서 줄곧 그랬던 것 같다. 새로 먹은 나이에 적응이 되기도 전에 또 한 살을 먹었고, 또 한 살을 먹었다. 어느 순간 내 인생에 있어 나이 같은 건 크게 중요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이에 연연할 시간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서른아홉에서 마흔일 될 때 뭔가 오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때의 상실감 같은 건 아니었다. 훨씬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이 나는 마흔이 되었다.

이룬 것 없이 나이를 먹었다는 허탈함이 가끔씩 찾아온다. 아이가 태어나고 회사를 그만뒀지만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하며 지내왔다. 전업맘도 워킹맘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며 프리랜서에디터, 논술교사 등 이전 커리어를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일을 야금야금하며 지냈다. 중간에 둘째가 태어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아 잠시 손을 놓은 2년 정도를 제외하면 끊임없이 일을 했다. 집안 경제에 큰 보탬은 되지 않았겠지만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본캐는 아이 엄마이지만 '일하는 나'라는 부캐가 절실히 애절히 필요하던 시기였고, 그 일들이 내 자존감을 지켜주었다. 

한 달 뒤에 지금 하던 일을 정리하게 될 것 같다. 새로 이사온 곳에서 운좋게 논술교사로 자리 잡았다. 부모님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수업 준비도 철저히 했다. 그 결과 내가 생각한 수업 정원을 다 채웠음은 물론이거니와 대기도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프랜차이즈 논술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전에도 했던 프랜차이즈였고 그 전에도 이런 아쉬움을 끝없이 느꼈다. 정해진 커리큘럼, 정해진 책으로 하는 수업이 나에겐 맞지 않았는데 그걸 내가 잊고 다시 뛰어 들었다. 조금 더 맞춤형 수업을 하고 싶고, 글쓰기에 주력한 수업을 하고 싶은데 프랜차이즈 수업을 하며 그게 쉽지 않다. 거기에 이사 이슈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을 베이스를 하는 지금 일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사를 포기하고 지금 일을 계속한다면 아마 중간에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꽤 괜찮은 수입을 유지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게 무척 두렵기도 하지만 늘 꿈꿔왔던 일이고 지금이 아니라면 또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김미경의 마흔수업>도 내 등을 밀어주었다. 마흔은 아직 인생의 '오전'이라고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기에, 세컨드라이프를 준비하기에 절대로 늦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쓴 김미경 작가는 많은 여성들의 멘토이고 우리나라 대표강사라고 할만큼 유명한 사람이지만 사실 난 잘 모른다. 그의 책은 코로나 시국에 읽은 <리부트>가 전부이다. <리부트>를 읽고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 늘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프라인에서만 해온 강의 베이스를 코로나 시국으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했었는데 그녀는 실제로 MKYU라는 회사를 차리고 지금은 160만의 구독자를 거느린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유명했던 그는 더 유명해지고, 젊은 사람들도 어려운 트렌드를 누구보다 발빠르게 쫓으며 대체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런 그녀 또한 40대는 인생에서 가장 바빴고 치열했던 시기였다고 말한다. 그당시는 지금처럼 유명하지도 않았고, 노력에 비해 이룬 게 없었던 시기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참 당연하다는 말도 한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40대 후반에 와서이고 부는 50대나 되서야 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 이런 생각들이 20대에 들었다면 어쩌면 30대에 이미 많은 성취를 이루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마흔둘이 되어서야 찾아왔다. 철없던 20대와 30대를 거쳤기에 지금이라도 찾아온 건가 싶긴 하다. 


여튼, 내가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읽고 든 생각은 마흔둘은 절대로 늦은 나이가 아니며 난 지금껏 나쁘지 않게 살아왔고 지금 까지 살아온 것들이 베이스가 되어, 구슬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약간의 구슬을 더 만들어보고자 한다. 구슬을 만들고 이전의 구슬과 꿰어서 빛나는 보석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습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좋은 습관은 제대로 나를 매니지먼트해준다. 꾸준하게 몰입해 내 안에 있는 새로운 잠재력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다. 
습관은 평범한 나를 '비범하게' 만들어준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보여도 꾸준함으로 안풀리는 문제는 거의 없다.
꾸준함 자체가 브랜딩이 된다.


무튼, 여튼, 남은 시간 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새로운 습관 쌓기에 에너지를 써볼 생각이다.


새벽 기상하기

아침 책 읽기

매일 쓰기


내가 만들고 싶은 3가지 습관. 이 세 가지가 마흔둘의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의심하지 말고, 습관의 힘을 믿고 오늘부터 한 걸음 나아가본다.

마흔둘이라는 낯선 나이, 낯설다면 낯설게 지내보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그러나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50살엔, 조금 다른 나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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