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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Sep 25. 2023

잠들지 못하는 밤

20230924

그런 날이 있다.

태어나는 잠이라는 걸 처음 자보는 사람처럼 잠들지 못하는 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깨어나야 하는 시간은 가까워져서 무서운 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내일 컨디션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걱정스러워지는 밤.

영 풀릴 것 같지 않은 난해한 수학 문제를 오늘 처음 배운 공식을 적용하여 풀고 있는 학생처럼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절대 포기 또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절망스러운 기분이 드는 밤.


바로 오늘이다.


고백하자면 가끔 이렇다. 

언제부터 내게 수면 장애라는 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날들은 잘 자고 잘 일어나는 편인데, 이렇게 이유 없이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종종 있다.

몇 시간이고 자려고 노력해보지만, 잠에 빠지는 그 순간을 의식하면 할수록 점점 잠이 깬다.

그럴 땐 그냥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게 선택할 수는 없다.

젊어서는(아 이런 단어 쓰고 싶지 않지만), 아니 어려서는 몇 시간 덜 잔다고 다음 날 큰 지장이 없었지만

이젠 다르다. 절대적인 수면 시간을 지켜주지 않으면 다음날은 물론이거니와 몇 일동안 컨디션이 엉망이 되고 만다. 실로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경우 그 시간은 4시간. 물론 4시간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긴 한데, 말 그대로 최소한이다. 최소한 4시간은 자 줘야 다음 날 생활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이미 오늘은 그른 듯하다. 지금 당장 잠이 든다쳐도 4시간은 잘 수 없다. 아이들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지금 바로 잠들어도 3시간 뒤엔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잠이 안 오면 좋은 거 아니냐, 하는 무지한 질문을 하는 사람마저 본 적이 있다.

잠이 안 오면 좋다. 온전하게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그렇다면 말이다. 

피곤하고 퀭한 상태로 깨어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정신만 깨어 있을 뿐 몸은 이미 수면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 무엇하나 온전히 해내기 쉽지 않다.

잘 시간에 해야 하는 최선은 '잠' 뿐이다.


이제 곧

새벽에 일하시는 분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밖은 점점 동이 틀 준비를 시작하겠지.


내가 두려워하는 소리, 내가 두려워하는 풍경.


자고 싶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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