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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기환 May 03. 2024

의미와 재미를 잡기 위한 이번 이직은 성공적이었을까?

뉴스타파에서의 1년 회고

"행님! 회사가 너무 재미없어요 ㅜㅜ"

"야. 회사가 재밌으면 네가 돈을 내고 다녀야지!"


... 맞는 말이다! 


어떻게 회사가 재밌을 수 있겠는가. 월급을 주고 나에게 일을 시키는 곳인데! 난 그저 일꾼.

그걸 알면서도 '재미'를 찾아 여러 번 이직을 했다. 다음 회사는 지금보다는 재미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결론은 대부분 실패. 

가족에게도 미안하고, 아이들도 "아빠는 왜 자꾸 회사가 바뀌어?" , "왜 자꾸 잘려?" (안 짤렸어!!!)

첫 회사 9년 다니고 4년, 1년 6개월, 7개월, 1년, 이번 1년 (6번째 회사네)

이직하는 게 보통일이 아닌데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과거 거쳐온 회사들을 돌아보니 당시 다니던 회사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언론사가 의외로 재미까지 있었던 경험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곳. 재미와 의미 그리고 고통까지 모든 게 있는 바로 그곳.


'그래 언론사다! 언론사로 돌아가자!!!'


가즈아!!!!!!


언론사를 퇴사하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3년 만에)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뉴스타파에 오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퇴사를 마음먹고 여러 언론사와 접선을 하여 커피챗 형식의 낮술(?)을 먹던 중 뉴스타파 데이터팀에서 공개채용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데이터 팀의 기자를 채용하는 공고였다.


연차가 연차인지라 몸집이 무거워져서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이직일지도 모르는 상황. 엄청 고민을 했으나 어쩌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어 선택을 했다. 데이터팀도 뉴스타파 설립부터 계속 있던 팀이라 적어도 팀이 없어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국내에 데이터 저널리즘 팀이 있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99%
시민들의 독립언론, 뉴스타파입니다.



심인보 선배의 오프닝 멘트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언론사라니. 광고를 1도 받지 않아서 광고주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삼x도 깔 수 있는 언론사라니! 멋진데?

암튼 그렇게 2023년 5월 2일 첫 출근을 했다. 물론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고 응원해 주는 분들도 많았다. 

역시나 언론사는 사람이 부족하고 체계가 없이 일을 한다. 작은 언론사니 더 하다. 그래도 뉴스타파 오자마자 (내 기준) 재미있는 일을 많이 했다. 


이직 후 바로 들어간 작업들인데,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여유만 좀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잘했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민간인 학살 컨텐츠는 페이지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고두고 볼만하다. 전쟁은 무서운 것... 전쟁은 결국 민간인이 제일 많이 희생된다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주는 페이지다.



뉴스파타 압수수색!


이 안에 나 있다.

그러던 9월 14일. 입사 4개월 만에 뉴스타파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7시간에 걸친 압수수색... 압수수색 당해본 사람 별로 없지 않을까? 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실제로 당해보면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같은 날 선배 두 분은 집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우리에게 응원이 필요할 것 같아 후원 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페이지를 개발했고 지금까지 큰 힘이 되고 있다. 조금 더 밝게 디자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좀 그렇다.

(생각한 것을 이렇게 슉슉 개발해서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그 와중에도 100차례 이상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 문제를 보도했고 검찰의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을 모두 스캔하여 pdf로 공개했다. 


까만 먹칠이 되어 있는 전국 67개 검찰의 특활비 PDF는 위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사 기밀 노출 우려가 있다며 문서 보호 보안 스탬프 도장을 사용해 자료를 가리고 제출을 했는데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게 재미있어서 만들어본 '검찰 예산 감시 특수능력 테스트' 



검찰 예산 감시 보도로 민주언론상, 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 이달의 기자상, 한국 기자상 수상 등으로 이어졌다. '맞아... 언론사의 연말은 이랬지' 라며 언론사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연말에는 해마다 진행되는 뉴스타파 회원의 밤도 있었다. 마음 따뜻해지는 분위기.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일단 여기까지만...


다시 언론사로 돌아오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역시 나는 언론사 일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내 기준 '재미'와 '의미'를 모두 찾을 수 있는 곳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월급을 받으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지만.


그동안 사용할 일이 없었던 D3.js도 마음껏 썼다. (D3.js 시각화는 참 고통스럽지만 재밌다)

Next.js를 쓰던 vite + javascript를 쓰던 svelt.js를 쓰던 기술스택도 모두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큰 장점이다.


너무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거라 적당히 쓰고 2탄을 남기도록 하겠다. 올해 한 것과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프로토타입 스샷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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