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담 Sep 16. 2023

손등에 닿던 이마. 그리고 목소리, 살람...

혼자 하는 여행기 1607-3

대학생 시절,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살아본 이후로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 때 아무 부담이 없다. 어떻게 말할까도 고민을 안 하고 내 언어가 정확한지도 신경을 안 쓰고... 그저 표현하려고 애를 쓰는데 집중할 뿐이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는
애틋함이 섞여있다.


호의나 무시, 거부나 기꺼움을 동공의 크기와 표정으로 전할 때가 많고 때때로 전해오는 배려에 마음이 아릿하기도 하다. 더듬더듬 말하며 답답해하는 나를 진정시키며 거드는 말투와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나를 걱정하는 눈빛을 마주하면 어느새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유도 목적도 없는 호의가 주는 힘은 크다. 어리석은 나의 실수를 계기로 인류애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다행이기도 하다.

여행지에서 내가 한 실수는 나열하기도 민망하다. 싱가포르 일정은 아예 준비도 안 했고, 와이파이 상황이나 휴대폰 보안 설정에 무지했으며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서 인터넷 사용이 안 됐던 밤 시간에 숙소를 못 찾을 뻔했고 공항에선 검색대에 지갑과 여권을 두고 나왔다.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프루로 오는 비행기 시간을 잘못 알았다는 것을 티켓팅 후 깨달았고 쿠알라룸프루에서 랑카위로 가는 날짜를 잘못 알고 있어서 아예 못 갈 뻔했다. 매번 곁에 지인이 있지는 않았다. 여행지에서 혼자 있는 상황은 막막하다. 그래서 간절하고 그래서  고맙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성장을 한 무슬림 가족을 만났다. 히잡을 쓴 여자아이와 귀여운 소년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젊은 부인의 품에 안겨있던 내생에 본 중 가장 귀여웠던 히잡 쓴 아기... 9층에서 아래층으로 가는 동안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보내며 서로를 탐색하다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봤다. 혹시나 마주 잡아주지 않을까 하고...


그때 그 작은 손이 내 손을 마주 잡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내 손등을 부드러운 이마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내 귀에 전해진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벼운 목소리 '살람'. 정말로 시간이 멈춘듯한 기분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축복의 문화가 준 엄청난 감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시 손을 내밀었더니 또 내 손등을 이마에 댄다. 내내 나에게 평화가 필요할 때 이 장면을 기억할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우리는 서로가 아는 인사 빠이빠이를 나누며 헤어졌다. 그리고 나도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God bless you
이전 여행기 보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 조천의 한적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