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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Jan 28. 2024

프리징 레인과 떠날 결심

수요일 밤에 프리징 레인 경보가 발령되었다.

프리징 레인은 비가 내리자 마자 

얼어버리는 현생으로

작년 4월 몬트리올 전역 정전 사태를 일으켰던 주범이며


당시 나는 딱 프리징 레인이 내리는 날

한국으로 떠나서 경험을 하지는 못했었다. 


목요일 남편을 출근을 하기 위해 

문 앞을 나서는데

차는 이미 아이스로 코팅(??)이 된 상태였고

바닥은 심각하게 미끄러운 상태였다.


이게 눈은 차라리 나은데

얇은 블랙 아이스는 진짜 너무 미끄러운데다가

심각하게 위험하다.



제설을 하는 이유 


예전 뉴스에 어르신들이

빙판길에 미끌어져 유명을 달리 하셨다는 

뉴스를 볼때면 넘어졌다고 

목숨까지 위협하는가? 의아했는데


내가 한번 넘어져보니 진짜 죽을수도 있다.

나도 이민와서 첫 해 이런 블랙 아이스에 미끄러져

기절했고, 팔꿈치도 심하게 다쳤었다.


이후 블랙아이스 포비아(??)가 생긴 나는,

살이 잔뜩(??) 찐 상태로 넘어졌는데 

그 충격을 온전히 받아낸 내 발꿈치.... 미안해...

굉장히 조심하게 된다.


관절은 한번 다치면 돌아오지가 않는다. 



아무리 염화칼슘을 뿌려도 

미끄럽다.

그냥 길바닥이 아이스 링크장으로 변신.



제설을 위한 준비


- 장갑

- 삽

- 염화칼슘



삼총사를 준비하고 

얼음을 깨부수기 위한 정신 무장에 들어갔다.

이날은 몸이 너무 아팠다.....



오늘 나의 타킷은

드라이브 커브에 내놓은 쓰레기통들을

수거 하기 이다. 

저 쓰레기통을 가지러 갈 수 있는 길을 없을만큼

미끄러운 상태. 


집은 코딱지 만하면서

드라이브웨이는 대저택이다.

차 여섯대를 댈 수 있는게 말인가

이게 무슨 공간 낭비인가


하우스를 살때는 드라이브웨이가

짧은게 좋은거 같다.

(눈도 많이 치워야 하고, 낙엽도 많이 치워야 한다!) 

단, 집이 있는 스트릿이 메인 도로가 아닐때.


우리집은 딱히 메인도로도 아니고 

여기 사는 사람들만 다니는 길인데

드라이브웨이가 너무 길다.



제설의 과정


넷플릭스에 성난 사람들? 이라는 작품이

요즘 올라왔다는데

나도 나를 성나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얼음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그날의 나는 감기로 온몸이 진짜

찢어질듯 아팠지만,

이거 치우지 않으면 밤이 되고

그러면 기온이 더 떨어져서 최악의 상태가 되므로

분노의 에너지를 끌어와서 깨기 시작했다.


새해 첫 인사부터

내가 언제 죽을지 몰라, 아야아야 하는

(진단명 딱히 없고, 결혼 직후 부터 이러심.....) 

여전히 본인 밖에 모르는 시어머니,

인정이라고는 없는 냉정한 이곳 이웃들,

짜증나는 상황들 


꾸오오오오 베지터 초 사이언이 되어

실체를 알 수 없는 억울함으로

얼음이 내눈앞에 놓인 차별이라는 장벽인냥

 혁파해나갔다.



제설의 결과



Voila! 나는 무사히 쓰레기통을 수거해왔다.

그리고 안전(??)하게 

우리집 현관 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을 파놨기 때문에

우체부 아저씨도 안전하게 우편물과

택배를 배달 할 수 있게 길을 터 두었다.




이렇게!!


다 파는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미끄러져 다치는거 조심하다

어깨 나가 수술할 지도  모를 지경이다.


참 이곳은 날씨도 구리구나.......

토론토 사는 이웃에게 물어보니

거기는 프리징 레인도 없고

따뜻한 겨울이란다.


역시 부자 동네는 날씨도 좋구나

그래서 부자동네인가 보다.


여기는 날씨도 얘들 정신상태만큼

극한이다. 역시 터가 안좋다.




앞으로의 계획



날씨를 체크하니 디쟈스터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월요일.


영하20도 인거 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정도쯤이야!


문제는 따뜻했다가 갑자기 추워지면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가

녹은 물들이 아주 얇게 얼어버려

블랙아이스...............................


진짜 돌고돌고 또 블랙아이스 대환장.

오늘또 삽질  대장정에 나서야 할 거 같다.



모두가 떠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내 주위 친구들

같은 카테고리로 같은 시기 이민온 친구들

다 타주나 미국으로 떠났다.


다 이곳에서 좋은 직장, 좋은 집, 

아이들 좋은 사립학교 보냈지만

아닌건 아니라며 냉정하게 떠나더라.

역시 결단력이 참 빠르다.


척박한 날씨에 적응해가며

우린 강해, 우린 잘할 수 있잖아 라며

정착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그 누구도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고

도리어 배척하고 차별하는 이곳에 

더 있다가는 나의 정신건강이 온전하지 못할 거 같다.


이민을 갈 때는 동양인이 너무 많은 곳이 힘들지만,

너무 동양인이 없는 곳에 오는 것도 힘든거 같다.


퀘백 정부가 불어 정책을 강화해서

니가 불어를 못해서 적응 못하는거 아니야?

라고 하지만

이곳을 떠난 친구들도 다 똑똑하고 능력있고

어느 정도 불어를 하는 친구들이고

나도 마찬가지이다.


언어 보호 정책의 일환이라는 미명하에

노골적으로 불어 관련 법을 만들어서

보호하는 차별적 정책

또다른 사회문제로 야기 된다.


단순히. 불어 못해서 적응 못해 떠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프랑코폰 아니면 차별하겠다,

프랑코폰을 우선적으로 보호, 배려, 장려하겠다는

퀘백 정부의 노오력과 강력한 의지 아닐까?


여기 맥길대 졸업하고 엔지니어인 

아들 같은반 친구 부모는

토론토 이민 가정 출신인데,

본인들도 떠날거란다.


너희는 여기 몬트리올에서 좋은 대학도 나왔고

직장도 좋고, 좋은 집도 샀고, 아이도 우리학교 1등이다...

도데체 왜? 라고 하니

본인이 이 사회에 속해 있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 단다.


아,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쨋든 3년 후쯤으로 생각은 하는데

문제는 딸이 안가겠다고..... 하아.......


딸 중1될때 가자니 아들이 6학년이고

아들 중1에 가자니 딸이 시기가 애매하고.....


진짜 이러다 못떠다는건 아니겠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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