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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Feb 15. 2024

캐나다 초딩의 하키 일상



일요일 아침에 

남편의 격양된 목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아침 9시 30분.


아들에게 뭐라 뭐라

큰 소리로 혼을 내고

아들은 울고 있었다.

나는 아들이 아침 일찍 하키 경기 가기 싫다고

징징대서 그런가 생각했다.


알고 보니 아침 8시 경기가 있었고

우리 팀이 진 것인데

진 것은 그렇다 치고 

아들이 너무, 너무 게으르고

성의 없게 플레이를 해서 혼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는 즐겁자고 하는 운동인데

그걸로 혼을 내냐 

아빠가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 남편은 결혼해서도 

큰소리 한번 내지 않는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이고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법이 없다.


제일 존경스러운 부분은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고

일관된 육아 스타일이다. 


그런 우리 남편이 아이들에게

단호하고 목소리를 높일 때에는

사실 명백한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하키는 팀 스포츠이다!

내가 귀찮아서 스케이트 한번 설렁 타면

바로 공간이 뚫리고 역습이 허용되고..

팀의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 자신만을 생각해서는 안되고

팀워크와 스포츠맨십을 가르치고 싶어서

우리에게는 '큰' 돈을 들여서 하는 건데 

그걸 성의 없이 했다고? 것도 레벨 1인데?


Novice 레벨 1은 아무리 어린아이들이라도 

대충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개인기도 현란하고

어린데, 어디서 배운 건지 패스플레이로

전술로 게임하는 팀 만나면....


우리 같이 전담 골리도 없고

코치도 없어서 전술도 없는 팀에서

성의 없이 하는 플레이어가 있으면

정말이지..........

그래서 혼이 많이 났다.



그렇게 일요일 경기를 끝내고,

2주 후 퀘벡에서 하는 토너먼트를 위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였다. 


사실 남편은 회사일로 바빠 

아이들 액티비티를  나에게 일임했지만,

하키만큼은 본인이 좋아하는지라 빠른 속도로

하키에 대해서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 단계는 뭘 배워야 하고, 

어떻게 훈련을 구성해야 하고

각각 분야 코치는 누구누구가 유명하고 착착착.

그래서 아들의 훈련 스케줄은



월요일 팀연습 

목요일 팀연습

금요일 예전 개인코치의 그룹 레슨(10:1) 

토요일 새로운 코치의 1:1 레슨 

일요일 새로운 코치의 그룹레슨 (4:1) 



이전 코치는 전반적인 스킬 지도를 해줬지만,

고질적인 스피드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코치분을 찾았는데

NHL선수 출신이시고,

Stanley cup 우승도 하셨던....


우리가 캐나다 아니면

언제 NHL 리거 들이랑 같은 훈련장에서 연습하고 

레슨까지 받겠냐며, 많이 쫙쫙 배워보자.



그렇게 훈련을 하고, 나선 주말 경기

이번에는 확실히 다른 플레이를 하더라.

새로운 코치님이랑 세 번 정도 그룹 레슨 받고

두 번 정도 개인 레슨 받았는데

눈에 보일 정도로 플레이가 달라졌다.



한 손으로 상대방 패스 컷 하기.



상대방이 자기 쪽 진영으로

패스하려는 걸 또다시 컷하기!




패스 컷한걸 끌고 들어가는데

상대팀 친구들이 수비하러 퍽 쪽으로 오기 시작.


플레이어들을 몰고 다니는 

피리 부는 사나이인 줄 



상대팀들 유인해서

우리 센터 쪽이 클리어하게 뚫린 걸 확인하고

센터에게 패스!



패스받은 친구가 슛!


골을 넣은 것도 기쁘지만

수비해서 공격 찬스를 만들고

그 찬스를 살려 골까지 연결되는 

팀워크가 좋았다.



아이가 완벽주의 성향인 건지

자신감 결여인 건지

본인이 돌파할 때는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는 것이 많이 느껴진다.


그런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고 

공격까지 내려가지 말고, 

수비만 전담하라고 했고 그 이후 

팀 플레이가 훨씬 안정적이고

본인도 제 몫을 조금씩 하는 거 같다.


본인이 팀에서 유의미함을 느끼니까

다시 열심히 하기 시작한다.


그전에는 본인이 제일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의욕도 없고 늘 주눅 들어 있었던 거 같다.



뭔가 하키 하면서 정체가 된다면

한 번쯤 코치를 바꿔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이번주 주말 퀘벡으로 원정 경기를 가는데

팀 가족들 모두 가는 거라

가족 여행을 떠나는 거 같아 신난다. 


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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