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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Nov 26. 2023

캐나다 남편 도시락 싸기

남편과 갈등과 미안함. 



도시락을 싸야 하는 이유



기본적으로 식당이 메뉴 저렴한게 하나 당 13불 정도 하는데


세금에 팁까지 줘야 하면 한끼에 만원은 고사하고 이만원 까지....


아이들 교육비 건사하느라 정작 돈 버는 남편은


이런거 저런거 신경쓰느라 굶거나 컵라면 먹는다.


안쓰럽고 미안하다.


도시락을 싸줘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 


비단 외식 물가 뿐만 아니라


일하느라 바쁜데 회사 근처에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 타고 나가야 할텐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경제적 이유 + 시간적 이유 때문에 도시락을 싸줘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만' 쏟는 내 인생 에너지


내가 예전에도 글을 남겼는데


남편이 회사가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


나도 학교 가서 공부 해야 하고 


이 아담하다면 아담한, 넓다면 넓은 하우스를


베이스먼트부터 1층, 2층 청소를 해야한다.


매일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어려서 인지 너무 정리정돈이 안된다.



또 주방일은 얼마나 많은가


김치 담궈먹고, 쌈무 만들어 먹고, 밑 반찬 만들어 먹는 성격에


재료 손질부터 여간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3시 30분 부터 우버 드라이버로서 시작 되는 나의 일상은 어떠한가?


한 녀석 여기 액티비티 드랍하고,


한 녀석 다른데 드랍하고


차례로 픽업 다니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집에 와서는 또 어떠한가?


씻어라, 어째라, 저녁 준비에



그게 끝인가?


마지막은 대망의 아이들 공부 지도하기로 끝난다.


(세상에서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게 제일 싫다.)


제발 학원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인생이 이곳이니. 


함박스테이크와 아보카도, 계란 그리고 샐러드 



깊어 지는 '나' 혼자 만의 갈등


꽤 먼거리를,


남들이 들으면 놀랄만큼 먼 거리를 운전해서


'매일' 출근 하는 남편 입장에서 서운할만 하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나한테 너 어떻게 내 도시락 안챙겨 주냐 라는 말을


단 한번도 한적이 없다.


이 점이 고맙고 너무 미안하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힘든거 배려해주고 있는거 같다. 



부끄럽지만 새벽에 일하러 가는 남편을 일어나서 배웅 해준적이 한번도 없다.



나도 하루종일 안통하는 말로 학교 다니며 젊은 애들이랑 공부해,


집에 오면 부랴부랴 애들 남편 밥 먹인다고 밥해 대


진짜 화룡점정은 애들 공부 가르치기 인데,


나도 내 모국어도 아닌 영어 프랑스어를 애들 가르친다고 생각해보라.


진짜 너무너무 힘들다.


게다가 나는 캐나다 교육 과정을 밟은 적이 없고


누구 하나 앞을 안내 해줄 조력자도 주위에 없다.


즉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더 힘들다. 


가뜩이나 체력 저질인데 아이들과 같이 씨름하며 공부하면 늘 지치고


기절하듯 잠들어서 일어나면 새벽 6시.


남편은 진즉 출근하고 없다.


미안하다 정말.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이 고생중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 혼자만의 갈등이다.


남편은 뭘 바라지도,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서운하다 말하는 법이 없다.


힘들어 하는 기색이 느껴질 뿐.



가뭄에 콩나듯 새벽 4시에 일어나


토마토 주스를 몇번 갈아줘봤는데 내가 몸져 누웠다.


이짓을(??) 매일 하는 남편이 존경스러운데 


나는 나 힘든것만 생각해서 짜증도 자주 낸다. 




남편 도시락 메뉴



아이들과 숙제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체력이 남은 밤 10시에 도시락을 만든다.


아침에 도무지 일어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양배추 샐러드-브로콜리-진미채와 스팸 - 계란으로 마무리




한 때 명란젓이 빠져서 

 

그렇게 명란젓을 싸줬다.


저게 참 신기한게 아보카도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명란젓-브로콜리-진미채-김치-동그랑땡



아보카도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코스트코에서 벌크로 샀기 때문이다.


후숙인줄 알고 샀는데 이미 다 익어있을때는


누군가 소비를 해줘야한다. 후훗.


돈까스-깍두기-진미채


대체적으로 밑반찬 만들어놓고 그것만 싸주는거 같군.




브로콜리- 동그랑땡-깍두기-부추계란말이


나름 영양소 골고루


갈비찜


정신과 체력이 온전 할 때 해줄수 있는


갈비찜 요리-연근-진미채-계란 김치



밀키트 vs 나의 손맛


사진으로 보니 내가 답답하다.


도시락들 메뉴가 별거 아닌것도 있지만


밑반찬들은 손이 솔찮이 간다.


김치, 깍두기, 돈까스, 함박 스테이크, 치킨 너겟 같은거


다 내가 일일히 닭가슴살 으깨고 재료 섞어서 만드는데


사실 아이들 액티비티도 많고 너무 바쁜데


이거 만들다가 무리해서 체력 고갈되고


그러다가 남편 도시락도 못싸주고.




너무 욕심내며 사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것 하나는 포기해야하는데


나는 나대로 공부해, 애들은 애들대로 공부 잘해야해 또 운동도 매일 해대야해


밥은 밥대로 내손으로, 마시는 물 하나도 보리차 우려서 대령해야해


뭐 다 손에 와악 쥐고 완벽하려고만 하니까


너무 불가능에 스스로를 갈아넣는거 같다.



여기 한국 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밀키트가 많은데 나는 왜 그게 용납이 안될까.


그게 용납이 안되면 전업 주부만 딱 해야하는데


이거저거 양손에 쥐고 놓지를 못하니ㅠㅠ 


 


치킨으로 대동단결

앞으로의 다짐


한주씩 점진적으로 해보자


첫주는 세번 싸주기


둘째주는 네번 싸주기 이런식으로


빠짐없이 도시락을 다 싸주는 날을 달성해야겠다.



같이 새벽에 일어나서 배웅하는 것도


덜 힘든 요일 정해서 주스도 좀 갈아주고 신경써야겠다.



외식은 치킨만 하는 걸로.


남편이랑 나랑 둘다 양념 치킨을 너무 좋아해서


치킨으로 대동단결이다.


한마리에 40불이나 하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볼수 없으므로


같이 치킨 먹으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도시락 + 아침 챙겨 주기 를 소홀히 하면 안될거 같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되어도 같이 양념 치킨 먹으며


소소히 늙어가는 건강한 인생 되자.


도시락은 늘 미안해, 


아침에 못일어나는 것도.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서로 배려해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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