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북미에 살다 보니
할로윈, 크리스마스 상당히 진심이다.
이 날만을 기다렸어, 동네 수놓은 반짝반짝 예쁜 조명과 데코들만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 말랑말랑해지고
똥강아지들 마냥 신나 신나 하는 스피릿이 느껴지는 아이들만 봐도
세상사 괴로움과 사념이 사라지는 거 같다.
요 녀석들, 그렇만 자라자.
우리 집은 이렇게나 따사로운 크리스마스 기운이 넘쳐 나는데
내가 사는 이곳은 조금 매섭다.
아무래도 내가 언어도 안되고 (영어든 불어든)
이곳에 이민 온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는데 이런 영상이 뜨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VxuUHSHADFY
사진으로 첨부해도 될지 몰라 링크만 올리는데
미국에서 겪은 인종 차별에 대한 경험과 대처법이었다.
사실 눈을 찢는다는 가, 칭챙총이라고 하거나 이런 노골적인
'하'급의 인종 차별은 난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불쌍한 인생이고, 나랑 섞일 부류의 사람들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아무 관심이 없어 화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은근히 기분 나쁘고 신경 거슬리며 야금야금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건
이런 '하'급 차별이 아니라
누가 댓글에도 썼던데
마트에서 계산할 때 캐셔가 본인이 인사해도 무시하고,
계산 끝나고 고맙다고 좋은 하루 보내 인사해도 무시했는데
뒤에 백인 아줌마한테는 꼬리 흔드는 개처럼 친절해서
기분 진짜 나빴다고.
거짓말 안 보태고 내가 이런 경험을 참 많이 했다.
아이들 치과 검진을 받으러 갔다.
리셉션에 앉아 있는 아줌마가 백인 퀘벡쿠아였는데
타주 캐네디언들은 알 것이다, 퀘벡쿠아들 참 착한데
착한 사람들 만큼이나 건방지고 오만방자한 부류의 사람들도 왕왕 있다.
이 아줌마가 딱 그런 식.
재수 없는 뉘앙스를 느꼈지만 검진받고 치과 치료비를 다 지불하고 나왔다.
나는 사설 보험이 있어 병원에 비용을 다 지불한 뒤,
병원에서 보상 청구를 해주면 나에게 환급되는 시스템인데
한 명은 정상적으로 환급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이 아줌마가 나한테 돈도 다 받아가고,
보험 청구도 병원으로 해두는 실수를 했다.
며칠이 지나 '내가' 발견하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 먼 병원을 30분 운전해서 갔다.
(한국인 의사 선생님이 이 병원에 계쎠서 어쩔 수 없이ㅠㅠ 치과는 한국인선생님이 최고!)
가자마자 나한테 불친절한 표정과 손짓으로
'Sit dowon there!'
이라는 것이다.
영어를 하면 알겠지만 얼마나 무례한가,
어디서 직설적 화법으로 Would/Could는 바라지도 않고, Please도 없이 감히 나에게 말하는가?
내가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라서 이따위로 말을 하는 건지?
이때부터 불쾌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단순히 Please라는 표현이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닌 거 알거라 생각한다.
바디랭기쥐와 표정과 말투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참을 수 없는 무례함.
상황을 설명했는데
계속 내 영어를 못 알아듣겠단다.
이게 어렵고 복잡한 상황도 아니었고
한 명은 제대로 보험료가 환급되었고
한 명은 네가 실수해서 보험료가 병원으로 환급되었다
라고 말하는데 계속 니말 못 알아듣겠다,
환급 못 받은 애가 누구라고 이름을 다섯 번 물어봤다, 계속.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굉장히 typical 한 passive aggressive(수동공격)의 하나가
니 영어 못 알아듣겠다 하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거다.
뭐가 못 알아듣는데?
이것도 못 알아들으면 거기 왜 앉아 있니?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면 내 영어가 역시나 구리구나, 난 바보야
이러면서 쭈굴쭈굴 했지만
이런 무례한 인간들에게 굴복되지 않으리라.
그 여자는 나에게 다짜고짜 내가 담당자가 아니라 몰라, '언젠가' 연락 줄게
'언젠가'라고?
어금니 꽉 깨물고, 정확히 언제 알려줄 거니?
이러니까 담당자가 아니란다.
근데 실수는 너님이 하지 않았니?
라고 하니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수를 해" 이러는 거다.
한번 어금니 깨물고 너 근데 우리 애 이름 스펠도 틀렸어.
그리고 주소 바꿔줘라고 했더니
"네가 저번에 나한테 주소 말해줬어? 그러니까 이렇지"
이러는 거다. 이 언니 오늘 선 세게 넘네?
나는 what did you say?라고 물어본 뒤
너 지금 환자 이름도 틀리게 입력했고,
청구도 네가 잘못해서 내가 병원까지 왔는데 이 태도가 뭐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 여자가 본인 태도가 뭐가 문제냔다.
평소 같으면 이런 애매한 차별에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그냥 그만하자 하고 돌아서지만
꽃사슴이자 치와와 같이 쫄아버리면
다른 동양인들에게도 이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늘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만큼은 내가 핏불이 되어보리다.
사과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핏불 으르렁
(미친 거 아님 )
네가 지금 실수했고
그런 너의 실수 때문에 내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병원을 방문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대충 대응하고 있고,
게다가 너는 사과를 바르게 하지 않았다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여자는 사람이니까 실수한다는 말을 되풀이 했지만
나는 사람이니까 실수는 할 수 있고, 그 부분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너의 태도라고 했다.
너의 태도는 Proper 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잘못을 해서도 아니고 본인이 실수를 해서
다시 방문까지 해야 하는 고객에게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하는 건
내가 영어 못하는 외국인이라 그런 걸까?
더군다나 이 여자가 구사하는 영어에는 어떠한 경어가 포함되지 않고
대단히 직설적이었고 무례해서 더 노골적이었다.
사과하라고
했더니 '쏘리'라고 성의 없이 하길래
다시 제대로 하라고 눈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이 여자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이 되어
아이 어폴로쥐, 두우 억센 마이 어폴로지?
라며 내 얼굴을 한대 칠 기세로 미친 여자처럼 말했다.
이쯤 되면 잠시 쫄며, 아 그냥 이제 그만할까? 내가 너무 한가? 싶었지만
해맑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이유 없는 불친절과 차별에 내가 굴복할수록
아이들의 삶은 더 빡빡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나도 지금 똑같이 유치한거 아닌가
내적 갈등이 왔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내가 오늘 이 무례한 여자를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지금 너 태도가 맞다 생각해?
했더니 다시 어폴로지 라며 말하고
이거 바로 담당자에게 말해서 내일 처리할 거고, '본인'이 전화하겠다고 하더라.
거봐, 언젠가가 아니라 '내일' 당장 처리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그리고 나는 안다.
얘들 유리멘탈 이라서 쫄아서 본인이 직접 나한테 전화 못할 것이다.
마음이 불편한 거 못 참는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쫄보 거든.
이 여자의 사과가 대단히 진정성 있는 사과는 아니었지만
(거의 한 대 맞을 뻔, 차라리 때리지 경찰서 가게....)
본인이 한 무례한 행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고 나 그렇게 컴플레인하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다 참는다, 여기서는 화내봤자 손해이므로.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걸
참고 넘어간다면, 동양인으로서 이 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적절한 처우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여자는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
사람을 이렇게 대해서는 안되고, 무례해서 안된다는 것을.
또 영어 못한다고 사람에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말 목구멍 끝까지 '너 테라피 좀 받아봐라'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뭘 해주길 요구 할때는 Please라는 말을 학교 가면 제일 처음 배운단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심한 말 같아서 참았다.
하지만 내 밑바닥의 마음은 정말 그러하다.
사람 봐가면서 대응하고, 영어 버벅댄다고 함부로 말하는 거는 참을 수 없다.
그 여자 상사가 전화 오시어
정중하게 지불한 금액에 대해 카드 취소 해주었다.
전날 내가 그 직원에게 결제한 금액에서 낼 금액만 빼고, 취소하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굉장히 무례한 말투로
우리 방침상 불가능하고, 계좌이체 밖에 안된다고 난리 치더니
결국 간단하게 카드 취소하면 되구만
뭐 그리 난리를 쳤을까?
영어도 못하고 비리비리한 거 같고 만만한 동양인한테 스트레스 푼 거야?
그 상사는 남자직원이고, 누군지 아는데 상당히 굉장히 정중하게 대응하더라.
본인이 전화한다더니 어제 그 전투적인 자세 어디 갔니?
마주하려니 못하겠니?
카드 취소 불가능 하다더니 막상 가능하니 민망한 거니?
더러워서 피한 거든 뭐든 어쨌든 만족한다.
누구는 그럴 수 있다,
그런 거 일일이 상대하면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나도 그런 마인드로 '이상한 사람이네' 하며 훌훌 터는 쪽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정말 정도를 넘어선 불친절과 그것이 일종의 차별 상황처럼 느껴질 때
그런 상황 속마저도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그렇지라고
아무 대응 없이, 자기 합리화하며 상황을 회피하고 싶지는 않다.
저 사람도 알아야 한다.
본인이 얼마나 미개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우리는 그 부분이 동물들과 다르므로 살면서 사람들과 소통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하고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게 선 넘은 행동을 그냥 넘기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