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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 Nov 29. 2023

해외살이, 은근한 불친절에 대한 대응 (인종차별?)



크리스마스 스피릿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북미에 살다 보니


할로윈, 크리스마스 상당히 진심이다.


이 날만을 기다렸어, 동네 수놓은 반짝반짝 예쁜 조명과 데코들만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 말랑말랑해지고


똥강아지들 마냥 신나 신나 하는 스피릿이 느껴지는 아이들만 봐도


세상사 괴로움과 사념이 사라지는 거 같다.


요 녀석들, 그렇만 자라자.



크리스마스 우리 집

매서운 세상사 


우리 집은 이렇게나 따사로운 크리스마스 기운이 넘쳐 나는데


내가 사는 이곳은 조금 매섭다.


아무래도 내가 언어도 안되고 (영어든 불어든)


이곳에 이민 온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는데 이런 영상이 뜨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VxuUHSHADFY



사진으로 첨부해도 될지 몰라 링크만 올리는데


미국에서 겪은 인종 차별에 대한 경험과 대처법이었다.


사실 눈을 찢는다는 가, 칭챙총이라고 하거나 이런 노골적인


'하'급의 인종 차별은 난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불쌍한 인생이고, 나랑 섞일 부류의 사람들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아무 관심이 없어 화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은근히 기분 나쁘고 신경 거슬리며 야금야금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건


이런 '하'급 차별이 아니라


인종차별인지 아닌지 모를 애매한 경계의 '생활 속 불친절'이다.



누가 댓글에도 썼던데


마트에서 계산할 때 캐셔가 본인이 인사해도 무시하고,


계산 끝나고 고맙다고 좋은 하루 보내 인사해도 무시했는데


뒤에 백인 아줌마한테는 꼬리 흔드는 개처럼 친절해서


기분 진짜 나빴다고.


거짓말 안 보태고 내가 이런 경험을 참 많이 했다.




불친절의 개인적 경험 (최신판) 


아이들 치과 검진을 받으러 갔다.


리셉션에 앉아 있는 아줌마가 백인 퀘벡쿠아였는데


타주 캐네디언들은 알 것이다, 퀘벡쿠아들 참 착한데


착한 사람들 만큼이나 건방지고 오만방자한 부류의 사람들도 왕왕 있다.


이 아줌마가 딱 그런 식.


재수 없는 뉘앙스를 느꼈지만 검진받고 치과 치료비를 다 지불하고 나왔다.



나는 사설 보험이 있어 병원에 비용을 다 지불한 뒤, 


병원에서 보상 청구를 해주면 나에게 환급되는 시스템인데


한 명은 정상적으로 환급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이 아줌마가 나한테 돈도 다 받아가고, 


보험 청구도 병원으로 해두는 실수를 했다.




며칠이 지나 '내가' 발견하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 먼 병원을 30분 운전해서 갔다.


(한국인 의사 선생님이 이 병원에 계쎠서 어쩔 수 없이ㅠㅠ 치과는 한국인선생님이 최고!)



가자마자 나한테 불친절한 표정과 손짓으로


'Sit dowon there!'


이라는 것이다.


영어를 하면 알겠지만 얼마나 무례한가, 


어디서 직설적 화법으로 Would/Could는 바라지도 않고,  Please도 없이 감히 나에게 말하는가?


내가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라서 이따위로 말을 하는 건지?


이때부터 불쾌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단순히  Please라는 표현이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닌 거 알거라 생각한다.


바디랭기쥐와 표정과 말투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참을 수 없는 무례함. 




불친절의 시작은 못 알아듣는 '척'


상황을 설명했는데


계속 내 영어를 못 알아듣겠단다.


이게 어렵고 복잡한 상황도 아니었고


한 명은 제대로 보험료가 환급되었고


한 명은 네가 실수해서 보험료가 병원으로 환급되었다


라고 말하는데 계속 니말 못 알아듣겠다,


환급 못 받은 애가 누구라고 이름을 다섯 번 물어봤다, 계속.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굉장히 typical 한 passive aggressive(수동공격)의 하나가


니 영어 못 알아듣겠다 하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거다.


뭐가 못 알아듣는데?


이것도 못 알아들으면 거기 왜 앉아 있니?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면 내 영어가 역시나 구리구나, 난 바보야


이러면서 쭈굴쭈굴 했지만 


이런 무례한 인간들에게 굴복되지 않으리라. 




치와와가 핏불이 되었다.

 

그 여자는 나에게 다짜고짜 내가 담당자가 아니라 몰라, '언젠가' 연락 줄게


'언젠가'라고?


어금니 꽉 깨물고, 정확히 언제 알려줄 거니?


이러니까 담당자가 아니란다.


근데 실수는 너님이 하지 않았니?


라고 하니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수를 해" 이러는 거다.


한번 어금니 깨물고 너 근데 우리 애 이름 스펠도 틀렸어.


그리고 주소 바꿔줘라고 했더니


"네가 저번에 나한테 주소 말해줬어? 그러니까 이렇지"


이러는 거다. 이 언니 오늘 선 세게 넘네? 


나는 what did you say?라고 물어본 뒤


너 지금 환자 이름도 틀리게 입력했고, 


청구도 네가  잘못해서 내가 병원까지 왔는데 이 태도가 뭐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 여자가 본인 태도가 뭐가 문제냔다.



평소 같으면 이런 애매한 차별에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그냥 그만하자 하고 돌아서지만


꽃사슴이자 치와와 같이 쫄아버리면


다른 동양인들에게도 이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늘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만큼은 내가 핏불이 되어보리다.


사과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핏불 으르렁 


(미친 거 아님 ) 



Proper Apology (철자 맞니?) 


네가 지금 실수했고


그런 너의 실수 때문에 내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병원을 방문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대충 대응하고 있고,


게다가 너는 사과를 바르게 하지 않았다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여자는 사람이니까 실수한다는 말을 되풀이 했지만


나는 사람이니까 실수는 할 수 있고, 그 부분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너의 태도라고 했다.


너의 태도는 Proper 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잘못을 해서도 아니고 본인이 실수를 해서


다시 방문까지 해야 하는 고객에게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하는 건


내가 영어 못하는 외국인이라 그런 걸까?


더군다나 이 여자가 구사하는 영어에는 어떠한 경어가 포함되지 않고


대단히 직설적이었고 무례해서 더 노골적이었다.



사과하라고


했더니 '쏘리'라고 성의 없이 하길래


다시 제대로 하라고 눈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이 여자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이 되어


 아이 어폴로쥐, 두우 억센 마이 어폴로지?


라며 내 얼굴을 한대 칠 기세로 미친 여자처럼 말했다.


이쯤 되면 잠시 쫄며, 아 그냥 이제 그만할까? 내가 너무 한가? 싶었지만


해맑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이유 없는 불친절과 차별에 내가 굴복할수록


아이들의 삶은 더 빡빡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나도 지금 똑같이 유치한거 아닌가


내적 갈등이 왔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내가 오늘 이 무례한 여자를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지금 너 태도가 맞다 생각해? 


했더니 다시 어폴로지 라며 말하고


이거 바로 담당자에게 말해서 내일 처리할 거고,  '본인'이  전화하겠다고 하더라.


거봐, 언젠가가 아니라 '내일' 당장 처리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그리고 나는 안다.


얘들 유리멘탈 이라서 쫄아서 본인이 직접 나한테 전화 못할 것이다.


마음이 불편한 거 못 참는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쫄보 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의 사과가 대단히 진정성 있는 사과는 아니었지만


(거의 한 대 맞을 뻔, 차라리 때리지 경찰서 가게....)


본인이 한 무례한 행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고 나 그렇게 컴플레인하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다.


다 참는다, 여기서는 화내봤자 손해이므로.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걸 


참고 넘어간다면, 동양인으로서 이 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적절한 처우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여자는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


사람을 이렇게 대해서는 안되고, 무례해서 안된다는 것을. 


또 영어 못한다고 사람에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말 목구멍 끝까지 '너 테라피 좀 받아봐라'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뭘 해주길 요구 할때는  Please라는 말을 학교 가면 제일 처음 배운단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심한 말 같아서 참았다.


하지만 내 밑바닥의 마음은 정말 그러하다.


사람 봐가면서 대응하고, 영어 버벅댄다고 함부로 말하는 거는 참을 수 없다.



끝맺음


그 여자 상사가 전화 오시어


정중하게 지불한 금액에 대해 카드 취소 해주었다. 


전날 내가 그 직원에게 결제한 금액에서  낼 금액만 빼고, 취소하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굉장히 무례한 말투로 


우리 방침상 불가능하고, 계좌이체 밖에 안된다고 난리 치더니 


결국 간단하게 카드 취소하면 되구만


뭐 그리 난리를 쳤을까?


영어도 못하고 비리비리한 거 같고 만만한 동양인한테 스트레스 푼 거야?


그 상사는 남자직원이고, 누군지 아는데 상당히 굉장히 정중하게 대응하더라. 



본인이 전화한다더니 어제 그 전투적인 자세 어디 갔니?


마주하려니 못하겠니? 


카드 취소 불가능 하다더니 막상 가능하니 민망한 거니?


더러워서 피한 거든 뭐든 어쨌든 만족한다.



일상 속 차별은 계몽이 필요하다. 


누구는 그럴 수 있다,


그런 거 일일이 상대하면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나도 그런 마인드로 '이상한 사람이네' 하며 훌훌 터는 쪽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정말 정도를 넘어선 불친절과 그것이 일종의 차별 상황처럼 느껴질 때


그런 상황 속마저도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그렇지라고


아무 대응 없이, 자기 합리화하며 상황을 회피하고 싶지는 않다.


저 사람도 알아야 한다.


본인이 얼마나 미개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우리는 그 부분이 동물들과 다르므로 살면서 사람들과 소통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하고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게 선 넘은 행동을 그냥 넘기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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