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애 Dec 19. 2023

자책하는 다이어트, 다이어트 방법의 함정

요즘 <싱어게인 3>에 빠져있다.

여러 가지 보는 재미가 많은데

내가 집중해서 보게 되는 건

피드백을 주는 이(심사위원)과

피드백을 받고 변화하는 이들(참가자)의 모습이다.



이걸 캐미라고 해야...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듣는다는'식의 표현 말이다.

그걸 발견해 내는 순간에는 노래를 멋지게 잘 소화하는

참가자를 볼 때만큼이나 소름 돋고 감동이 밀려온다.



몇 주 전 8호 가수는 임재범 심사위원의 한 마디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그간 채우지 못했던 2%를

꽉 채운 가수로 등장했다.

나도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이 고였다.



아마 8호 가수도 알고는 있었을 거다.

내가 이렇게나 나를 갈아 넣으며 노력을 하고 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 하지만 이게 무엇인지를 모르겠고..

심사위원 피드백처럼 '노래를 잘 만 하고 있다는'  느낌.





아마 8호 가수는 그 피드백을 듣고 난 뒤

더 노력을 했을 거고,

노력을 하면서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스스로 인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뿌옇기만 했던 안개가 걷힌 기분이었을까.



노래의 기술적인 부분은 싱어게인 참가자 모두가

완벽하리만큼 잘 알고 있을 거고.

모두가 프로다.

모두가 노래를 참 잘하는 것 같다.



그런데 들을 때 느낌은 다 다르다.

'노래 되게 잘하는데... 잘하는데... 뭔가 아쉽네.'



나 같은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그 아쉬운 뭔가가 뭔지는 몰라도 아쉬운 느낌은 느낄 수 있다.


-


자책하는 다이어트


주말이 지나고 나면 자책, 후회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다이어트, 체중감량을 하면서 종종 많이 먹거나,

일명 입 터지는 날이 발생할 때

나를 자책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강한 자책은 이번 다이어트도 또 실패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감정적으로 더 민감하고 힘들어진다.



동시에 체중계 위에 올라가기 싫은,

거울도 보기 싫은 공포가 몰려오기도 한다.



나도 이런 경우를 겪을 때가 많이 있었다.

특히 평일 스트레스를 주말에 음식으로 다 풀어버리고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다이어트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감량한 체중을 잘 유지하는 방법, (그러니까 감량은 건강하게 해야 한다. 감량 이후 이 과정이 있기 때문에)

과식이나 폭식 후 다시 돌아오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불안함이 몰려오고

이 불안함은 성급함으로 이어져서

아예 굶어버리거나 (단식과 굶는 건 다름. 건강한 단식을 좋아한다)

아예 마구 먹어버리는 상황.



그저 며칠 많이 먹은 것뿐인데

먹은 양, 먹은 음식에 내 삶이 송두리째 걸려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


그저 옛 추억에 빠졌던 것.


과식, 폭식 후 느끼는 감정과 관련해 예시를 드는 게 있다.



우연히 길을 가다가 예뻐 보이는 커플을 봤다고 가정해 보자.

자연스레 몇 년 전에 헤어진 애인이 문득 생각이 난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딱히 할 게 없어서 핸드폰을 들고

그, 그녀와 나눈 카톡 메시지를 열어보기도 하고,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본다.

비공개로 바꾼 커플 사진을 혼자서 본다거나.


문득 생각난 추억인데

어쩌다 보니 사진과 메시지를 들여다보는 행동.

그리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과식, 폭식을 했을 때 감정적인 자책의 수준은

딱 이 정도면 된다.



'다이어트 방법', '00일 만에 00kg 감량하는 법'등

다이어트 방법론에 세뇌당한 것이 우리 안에

너무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그 방법 (예를 들면 클린 한 식사를 해야 하고,

운동을 얼마큼 해야 하고, 과식을 하지 말아야 하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자책할 수밖에 없는, 자책이 너무도 당연한 습관처럼 자리 잡게 된다.



지나가는 커플을 보다가 우연히 헤어진 애인을 떠올렸다고 해서

내 삶이 망가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

창피하거나 누군가에게 손가락질받을 일도 아니다.



만약 내가 자책하는 다이어트를 한다면

이는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강박으로 인해

지속하기 어려운, 나를 너무도 힘들게 찍어 누르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미디어나 인터넷에서 알려주는

다이어트, 살 빼는 방법은

'체중을 줄이는 방법' '다이어트 성공법'을 이야기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접근이 잘못되었다.

이런 방법들은 끊임없는 다이어트 쳇바퀴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다이어트와 식단, 체중 강박의 굴레에서 나오기 힘들게끔 한 뿐이다.



-


유지하고, 돌아오고.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유지하는 방법'이다.



내가 지금 어떤 식사법을 실천 중이라면

그걸 '유지하는 법'



유지한다는 건

불가피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도

다시 돌아오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는 뜻이다.



많이 먹었고 그로 인해 체중이 늘었다면..

내가 어떤 상황에 이토록 음식을 갈구하고

음식으로 풀어버리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의 상황, 또는 감정 하나를 알게 된 거다.


월요일이면 자주 받는 이야기. 그리고 죄책감을 덜어내는 과정.



작가의 이전글 직장 후배와 만남, 요새 자주 먹네요, 또 다이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