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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상형은 누구일까요?

시모네타 베스푸치

by 박종수

여행을 하다 보면 다음 행선지로 가기 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차를 마시거나 잠시 여행지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곳을 찾아가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찾은 곳이 바로 슈테델(Staedel) 미술관이다.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음 행선지인 암스테르담으로 가기 전 반나절의 시간이 남아 미술관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슈테델 미술관은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이곳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미술관의 특징 중 하나가 전시 작품 절반 정도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특별 전시의 이름으로 전시 작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끔씩 찾아가도 매번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 전 슈테델 미술관의 특별전 주제는 “황금시기의 렘브란트, 암스테르담”이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에 전시된 특별전시 작품 중 거의 반이상이 암스테르담에서도 보지 못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기분 좋은 관람을 할 수 있었다. 특별전시 작품들은 나중에 암스테르담에 전시된 렘브란트 작품들과 함께 정리해 보도록 하고 오늘은 누구에게나 “이상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자신만의 연인 모습을 만나보도록 하자.


SC_2611.jpg Sandro Botticelli, Idealized Portrait of s Lady(Portrait of Simonetta Vespucci as a Nymph), ca.1480


‘시모네타 카타네오 데 칸디아 베스푸치’(Simonetta Cattaneo de Candia Vespucci, 1453~1476), 그녀는 피렌체 미녀로 칭송받던 여성으로,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특히 <비너스의 탄생> 모델이 바로 시모네타 베스푸치 그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사실 그녀는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귀족 여성으로, 나이 열여섯 살에 탐험가이자 지도 제작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사촌 동생인 마르코 베스푸치와 결혼한다. 그녀는 당시 이탈리아 최고 미인으로 소문이 났는데, 산드로 보티첼리를 비롯한 피렌체 화가들 모두 그녀를 자신들의 뮤즈처럼 이상적인 그림 모델로 여겼다. 그러나 그녀는 불과 23살이 되던 해인 1476년 폐결핵으로 사망하고 만다.


시모네타가 죽고 10여 년이 지난 1485년 보티첼리는 그녀를 닮은 이상형의 여인 <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Vespucci, 1480-1485)>를 그린다. 그뿐 아니라 그 이듬해인 1486년경 보티첼리는 그의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비너스의 탄생>을 완성한다. 어떤 이들은 이 그림 속 비너스가 시모네타와 매우 닮았다고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서양미술사>를 쓴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낭만적 신화"라고 하고, 역사가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역시 "낭만적 헛소리"라고 일축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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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1485, 우피치 미술관/ 왼쪽은 오른쪽 그림속 주인공 여인을 확대한 그림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타델 미술관은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이 그림에 대해,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초기 연인이었던 시모네타 베스푸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여인의 목에 걸린 팬던트는 메디치 가문의 핵심인물을 암시하는 표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엄밀한 의미에서 이건 시모네타 베스푸치를 그린 실제 초상화가 아니라 보티첼리가 신화 속 요정의 모습을 그린 이상형의 초상화”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그림의 제목이 <시모네타 베스푸치>라고는 하지만 이 그림은 실제 여인을 대상으로 한 초상화라기보다는 보티첼리가 마음속에 그리던 이상형의 미인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작품이라는 게 중론이다.

누구나 아름다운 자신만의 뮤즈가 있을 테고 그 뮤즈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여인이 있다면 더욱 그 여인은 이제 정형화된 이상적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어쩌면 보티첼리에게 시모네타 베스푸치가 그런 이상형으로 작용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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