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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더더 대신 적당히적당히적당히]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더더더 대신 적당히적당히적당히]


정형외과를 다녀왔다. 목이 거북이가 되었다고 한다. 삶도 느릿느릿 거북이인데;ㅋ 목도 거북목이었구나..ㅎ 거북목이 많이 심해서 43도의 커브가 있어야 하는데 역커브가 되었다. C자형 이어야하는데 역C가 되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자기연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자세를 바로 앉지 못 한 탓이다. 대신 30분에 한 번, 말린 어깨를 다시 뒤로 펴서 돌리기로 했다. 라운드 어깨를 뒤로 돌릴 때 우두둑 소리가 나긴 한다.

예전에는 내 몸 아픈 것을 무슨 훈장마냥 여긴 적도 있었다. 이렇게 허리가 아작날 때까지 했다. 목이 아작날 때까지 했다. 눈이 빨개질 때까지 했다. 손가락이 아플 때까지 했다.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긴 마라톤을 뛰는 것은 적절한 속도로 가야만 한다. 특히 내 속도로 가야한다. 내 속도가 느리다면 느린 것을 받아들이고 꾸준히 가는게 좋다.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앞질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SNS를 하다보면 보여지는 삶이 되다보니, 모두가 서로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공유한다. 그러다보면 내 자신이 세상 쭈그리 같을 때가 많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내 SNS를 보면서 좋게 생각하기도 또는 비교감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인생 살면서 쭉 마라톤을 뛰어가다가 보면, 진짜 한치앞을 예상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살다보니 정말 예상치 못 하게 먼저 가게되신 분들도 계셨다. 그런 일 말고도 예측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죽고, 재가 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가끔 인생을 영원히 살 것만 같아서 하게 되는 우매한 선택들이 있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 더 잘 되고 싶은 마음,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 등이다. 그러한 마음들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유는 억압이다. 소유가 억압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과소유는 과한 억압이다. 그래서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 맥시멀리스트다. 적당한 욕망은 삶을 즐겁게 한다. 동기부여의 불씨가 된다. 하지만 과도한 욕망은 삶을 파탄시킨다. 특히 건강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

거북목 진단을 받은 나. 목디스크에 손까지 저린 나. 무엇을 얼마나 바라왔기에 그렇게 살아왔을까? 더더더더가 아닌, 적당히적당히적당히로 살고자 한다. 내몸맘 회복훈련을 위해 80% 정도 했을 때 의도적으로 잠시 쉬었다가 가려고 한다. 적당히의 가치를 사랑할 줄 아는 내가 되어야 겠다.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으며, 더더더가 아니라도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고생했다고 여기까지도 잘 하고 있는 거라고 건강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내가 나에게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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