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윤종신의 노래는 여름이 시작되는 오후 일곱 시 반의 노오란 하늘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참 유치한 가사를 가진 그의 노래는 그렇게 유치한 사랑을 하고 슬퍼하고 가슴 아파하는 기억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초여름, 어스름이 시작되는 고요한 일곱 시 반의 풍경을 전해주고 시간 저편에 묻어두었던 사랑이란 기억을 꺼내어 보게끔 만들어주고 있다.
퇴근길, 철교 너머로 어스름이 몰려들기 시작한 초여름의 오후 윤종신의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출처 미상-
퇴근길 기차 안, 연속되는 회의들과 업무 때문에 고단했는지 잠이 꽤나 깊게 들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내려야 하는 기차역은 지나친 지 오래.
어쩌랴. 이미 지나간 것을.
다음 역에서 내려 택시를 불러놓고는 기차역 앞 벤치에 앉아 있노라니 오후 일곱 시 반의 노오란 하늘이 풀냄새와 어우러져 눈과 코를 즐겁게 했다.
나 역시도 윤종신의 노래를 떠올려서는 귓가에 맴돌게 하며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1권'을 마저 다 읽었다.
택시가 곧 왔고, 미국에 온 지 4년 반 됐다면서 반 년만 더 있으면 미국 시민권을 딴다고 좋아하던 네팔인 택시기사 아저씨와 담소를 나누다 보니 벌써 도착.
택시에서 내릴 때, 아저씨께서 "갓 블레스 유, 썰"이라고 해주는데, 하루의 피로가 슝==3 하고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윤종신의 또박또박한 발음처럼 여름이 또박또박 다가오고 있었고,
태엽 감는 새 2권을 펴 들었으며,
네팔에 가고 싶어 졌다.
2009.05.28
epilogue
벌써 7년 전 쓴 글인데 초여름 퇴근길의 감성은 그대로이고 여전히 네팔은 버킷리스트에 남아있다.
종신이 형의 <몬스터>는 아직도 가슴 저리는 명곡이고 그의 발음은 여전히 또박또박하다.
예능도 좋지만 새 앨범도 나와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