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아니라 손가락에 힘을 빼야 하려나
20대 나의 일상과 단상들을 기록한 곳이 싸이월드였다면 브런치는 나의 30대를 기록하고 싶어서 선택한 플랫폼이다.
하지만 '작가'라는 거창한 호칭을 가지고 시작해서 그런지, 글 하나하나에 더 신경 쓰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주제가 떠올라 끄적거리기 시작하다가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어느새 서랍에는 끝맺지 못한 글들이 쌓이고 있다.
그럼 그 순간 이미 단상은 단상이 아니게 된다.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모습에 더 진실이 담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이젠 블로그로 넘어와 꾸준하게 기록을 하고 있는 동생이 나에게 한 말처럼 난 내 일상을 기하기 좋은 플랫폼을 찾는데만 신경을 쓰면서 이 글들을 보게 될 미래의 나에게 현실을 너무 미화하려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붓 가는 대로 쓴다 하여 수필(隨筆: 따르다 수, 붓 필)이지 않는가.
어깨에 힘을 빼고 쓰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아니, 손가락 가는 대로 키보드를 쳐보도록 해야겠다.
2017
Doris라는 이름의 storm 이 몰려와 징하게 바람 불던 날, 런던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