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 사랑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사랑의 정의를 딱 한 가지로 내릴 수 없듯이 사랑의 종류도 단 한 가지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물론 이유가 없는 사랑도 있다.
대개 사람들은 사랑의 이유 유무에 따라 사랑을 크게 '조건적 사랑'과 '무조건적 사랑'으로 분류하곤 한다.
무조건적 사랑이 그 풍기는 뉘앙스에서,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마냥 좋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무조건적은 사랑은 이유가 없는 사랑이 듯,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랑이 식을 수도 있다. 왜 사람이 변하고 사랑이 식었냐고 물어본다면 돌아올 대답은 하나다.
'그냥, 딱히 이유 없어'
반면 '조건적' 사랑은 조건이라는 단어로 인해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오히려 이성적이고 합리성을 내포한 사랑이다. '난 저 사람의 외모가 좋아.', '난 저 사람이 가진 조건이 좋아', '나는 저 사람 성격이 좋아' 등등 다양한 조건과 수식어가 붙는다.
대다수 부모의 사랑 또한 이 '조건적' 사랑이다. 이유는 자신이 배 아파서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이 원초적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거의 불변이다. 거의란 단서 조항을 단 이유는 때때로 자녀를 도구로 판단하는 부모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남녀 관계에 있어 이 조건적 사랑은 절대적이지는 않다. 지금 사랑하는 이보다 외모가 더 마음에 들거나 혹은 경제력이 좋거나 혹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가 있다면 변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리 좋더냐고 묻는 이수일과 같이 사람은 누구나 더 만족스러운 조건에 얼마든지 사랑이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봄날의 간다'에서 상우가 은수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것은 퍽이나 바보같은 질문이다.
'조건적' 사랑이든 '무조건적' 사랑이든 사랑 자체는 결함투성이에 불완전한 것이고 언제든 변화를 예고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