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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타페타 Dec 26. 2020

무료상담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서울심리지원센터 상담을 시작하다

심리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을까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비밀댓글을 달아주세요. 

제가 경험한 한에서 어땠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9월쯤이었나, 여러 사설 상담센터를 알아보다가 무료상담이 가능한 서울심리지원센터에 온라인 신청을 했다. 얼마 후 사회적거리두기 때문에 전화상담만 가능하며 대기자가 엄청 많다는 안내를 받고 잊고 있었는데, 12월 둘째주 전화가 왔다. 그리고 바로 토요일부터 상담을 시작하게 됐다.


    상담을 알아볼 때 브런치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므로 나도 1회기부터 브런치에 적어보자 했는데 오늘은 벌써 3회기였다. 기억을 더듬어 세번의 대화에서 얻은 것을 써보려 한다.



매주 토요일에 오는 익명의 전화


상담사의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상태로 상담은 시작됐다. 전화는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온다. 어떤 억양과 톤을 가진 분일지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는데, 왠지 심리상담사라고 하면 따듯하게 "정말 힘드셨겠군요." 하며 토닥토닥 해주는 이미지여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인건지(?) 나를 담당한 상담사 선생님은... 호탕한 분인거 같았다. 매일 내담자들의 고민을 상대해도 끄덕 없을 거 같은 그런 쿨함이 느껴진달까? 그러면서도 질문의 다정함이 있는 그런 분.


생각보다 담백하게 상담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다행이었지만, 그동안 혼자 갖고 있던 생각을 말하는게 생각보다 서러웠다. 어떤 문제를 다루고 싶은지 얘기하는데서부터 눈물 펑펑이었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례를 말하는데도 눈물 펑펑이었고. 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시작해서, 사실 상담에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될지 정리도 제대로 못했던 거 같다. 상담사 선생님은 다정하게 나의 상황을 확인해 주셨고, "그랬구나" 하는 공감이상으로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들을 많이 표현해 주었다.



52일의 장마 같았던 내 우울


우울증이 어떤 건지 잘 몰랐는데, 지난 여름의 2개월은 역대 가장 길었던 그 장마처럼, 끔찍한 우울의 늪이었다. 길을 걷다가도 울었고, 토플 인강을 보면서도 울고, 아침 저녁 기도하면서 울고, 새벽에도 울고, 그냥 계속 서러웠다. 마치 손에 닿는 것처럼 문제들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우울함으로 끌고 가는 첫 번째 생각은 난 왜 이런 가족 밖엔 선택할 수 없지? 오래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가 코로나로 인해 귀국과 동시에 부모님과 5개월 간 같이 살게 되었는데, 근현대적인 아버지의 생활방식에 정말 나가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편 매체에 나오는 폭력적인 부모들을 떠올리면 그건 아닌데, 부모라는 존재가 나한테는 왜 이렇게 힘든거지? 하며 너무 혼란스러웠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일부러 하루종일 밖에 나가 있고, 방문을 잠그고 지내는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였던 거 같다. 


두 번째 생각은 돈 문제로 인해 시작한 소송이었는데, 남과 갈등을 빚느니 내가 참고말지 하는 내 성격에 소송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충격이었나 보다. 게다가 경찰서에 진술을 하러 가고 증거자료를 정리해 제출하는 과정을, 함께 소송을 진행하는 다른 3인의 도움 없이 나 혼자 하다 보니 매일 분노 & 억울함 & 내 일이니까 그냥 내가 하자 신경 끄자를 왔다갔다 하며 에너지소모 감정소모가 컸다. 지금도 진행 중인 소송은 불쑥불쑥 나쁜 감정이 올라오지만, 고비고비를 넘기며 마인드컨트롤에도 요령이 생긴거 같다.


세 번째도 소송과 연관된 건데, 후회에 관한 것이다. 애초에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 사기꾼의 말에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했더라면, 내가 의심을 해봤더라면, 순진하지 않았더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그로 인해 내가 입은 피해와 손해들을 생각하며 괴로웠다.


이런 상황들을 모두 얘기하고 나서 결론적으로는 상담사님과 앞으로 가족과 아버지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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