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디자인 : 시각디자인과
시각디자인 전공자가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과 10년차 고민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Prologue.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가?
1. 엄마, 나 드디어 적성을 찾았어! - 학교에서의 디자인
“그림 잘그려?”
시각디자인과를 나왔다고해서 아트웤, 그래픽디자인을 하는것은 아니다.
(경영학과 나왔다고 모두가 CEO되는게 아니듯이)
요즘 학교에서는 2학년만되도 자기 전공을 구체화하고 취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대학생의 나는 3학년이 되도록 직업에대해서아~무생각이 없었다. 사실, 맘에드는 구체회된 진로선택을 못했다;
시각디자인과를 나오면 보통
그래픽디자인(일러스트레이터 포함), 광고, 영상, 편집(책, 매거진 포함), 브랜딩 직업을 갖게된다.
내가 1~2학년때 아이폰3가 보급(?)되면서 UI/UX라는 개념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얼리어답터도 아니면서 우리과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아이폰을 쓰게되었다. 카카톡도 한참뒤에 출시되었다.
3학년이 되었을때, 학교에서 UX/UI수업을 들으며 나의 적성을 찾았던거같다. 그전에도 UXUI 개념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자판기에, 키오스크에, 컴퓨터 화면(웹디자인)에도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UX는 기술과 함께 빠르게 쏟아지며 출시되는 앱 하나하나가 다 흥미롭고 기다려질 정도였다. 일단 내위로 선배가 거의 없다는게 매력적이었고 웹디자인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엄마, 나 드디어 적성을 찾았어!!!
UX수업은 이랬다.
은행ATM, 기차키오스크 등 몇가지중 하나를 골라 관찰하고 관찰, 관찰 결과를 공유, 수업 참여자가 함께 고민하는 수업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다른 리서치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관찰 또 관찰‘. 나는 선배와 한 팀으로 기차 키오스크를 과제로 선택하였다. 일주일의 2일은 하루종일 기차역에 나가있었다. 매일 기차로 출퇴근하는 급한 직장인, 기차표를 혼자 못 끊는 할머니, 환불이 필요한 아저씨… 가만히 보고있자니 그들의 ‘경험‘이라는것이 보였다.
분명 디자인과 수업인데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이것또한 디자인의 과정인데 내가 나 스스로를' 디자이너는 아트웤 그래픽을 해야해' 라고 틀에 넣었던거같다. 아무튼, 수업은 인사이트와 기획력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3학년때 나는 처음으로 대학교 등록금이 아깝지 않을 수업을 들었고 그만큼 집중했었다.
교수님 결과물은요??
과제는 '관찰'을 통해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문서'로 정리해서 '공유'하는것이 핵심이었고 결과물은 알아서 각자 만드는것으로 수업이 종료되었다. (지금 내 직업 BX시작은 이때부터인거같다.)
사실 저 문서 상태에서 더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근데 1년뒤 급하게 첫회사 입사 포트폴리오 제출이 필요했고 이틀만에 부랴부랴 결과물을 만들게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기획을 잘 다져놓으니 디자인이 막힘없이 풀리는것이다. (잘 했다는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아할지 안다는것이다.) 디자인은 디자인 원칙에 따라 작업하면 되었고 내용의 흐름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정리되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설명하기가 쉬웠다. 결과물을 후다닥 만들었다.
(어휴, 창피해. 디자인은 일단 넣어두자.)
내가 학교에서 배운 디자인은,
1. 디자인에는 사용자의 '경험'이 필요하다는것
2. 컨셉과 로직이 바르게 정립되면 아트웤을 고민할 시간이 줄어들고 퀄리티가 높아진다는것
3. 디자인은 art가 아니라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