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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라리 Oct 23. 2023

장례식장을 가면서


오늘 동기 아버님의 부고소식을 접하고 다른 이유로 외출을 준비하던 나는,

빈소가 있는 안산으로 갈 준비로 방향을 바꾸었다.


작년 4월은 그녀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는데

결혼식 아침에 일어나 심상치 않았던 목의 상황을 느끼고 병원으로 가서 코로나확진을 받았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함을 전하고,

곧바로 직장에 연락해서는 왜 확진이 되었냐고 다짜고짜 혼도 나고 나도 나름 바빴던 날이라 기억한다.

아무튼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번엔 꼭 가야만 했다.



얼굴에 이것저것 두드려 바르고

몸에 들어가지 않고 튕겨 나오는 옷들을 이리저리 바꿔 입어가며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죽음 앞에서 이런 것들이 어떤 소용일까’ 하는 무력감을 느꼈다.


대중교통을 타러 가는 중에

교회로 전도하기 위해 약간의 빈틈이 보이는 행인들을 요리조리 살피며 다가오는 이들을 두 번이나 마주했는데, 누구보다 정색하고 걷던 내게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지하철에선 노인들에게 눈길이 많이 갔다.

그들은 죽음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장례식장에 들어가니 비슷한 시간에 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동기들이 앉아있는 걸 먼저 보았다.

그들과는 어쩌다 약속하고 만나게 되는데

이런 비보에는 만나지는 걸 보면 반갑기도 하고

결속력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상복이 어울리지 않는 친구의 모습을 그것도 오랜만에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복잡한 가정사에도 장녀로서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모습에 또 한 번 마음이 쓰였다.



죽음의 공간에서 각자 겪었던 초상을 치른 일 또 살아가는 이야기와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울다가 웃다가 할 수 있는 것도 의아했다.

확연하게 느낀 건 나는 생과 사에 대한 생각의 확장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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