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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라리 Jan 03. 2024

저기.. 새해인데 마음속이 지옥이라니요?

무엇이 그녀를 괴롭히는가




나는 보통 11월부터 새해맞이를 위한 준비를 한다.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엔 조금 늦은 12월부터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2023년의 계획을 다이어리에 쓱 적어두었다.


12월이 정말 고단했는데 고통받을 미래를 과거의 내가 짐작이라도 한 듯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부터 연차를 몰아 써두었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의 달콤한 일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정들을 성실하게 해치우니 2024년이 왔다.

결연한 의지를 불태운 나는 아주 단 맛의 휴식을 뒤로하고 어제 새해 첫 출근을 마쳤다.

오랜만에 만난 제이는 (제이와 나는 3일 정도 떨어져 있으면 얼굴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다) 나를 보며 반갑게 웃었다.

그녀의 진정한 웃음은 어제 아침에 봤던 그 표정이 다였다.

제이는 지금 마음이 지옥이라고 했다.

신선한 마음으로 새해 첫 출근을 했는데 ‘지옥’이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이야.



23년 12월 초, 나는 퇴근 후 회식장소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1.xx 수량의 비트코인을 매도하라는 부추김에 넘어간 제이는 순순히 수익실현을 했다.

아 그건 내 실수였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나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언젠가 오를 거야, 분명 오를 거야 “

했던 그녀의 혼잣말을 누가 듣기라도 했는지

2년 가까이 파란불이었던 코인이 어느덧 빨갛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의 얼굴도 좀 상기되어 있었던 것 같다.

2년 남짓 소지했던 비트코인은 매도하는 순간 제이의 계좌에 +90만 원이라는 숫자로 꽂혔다.

나는 드디어 제이가 돈을 벌게 되어 그녀보다 더 기뻤다.


 문제는 매도한 그 이후였다.

5에 팔았던 코인은 다음날 앞자리가 6으로 바뀌었다.

며칠만 참았더라면 그녀는 몇백만 원의 수익을 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소탐대실 후 제이는 크게 낙담하였다.

그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용띠인 제이는 청룡의 해가 왔음에도 후회 속에 살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일상생활이 어렵다고까지 말했다.



그렇게 1월 3일인 오늘이 되었고,

계속 마음속이 지옥이라고 말하던 제이는 몇 차례 비트코인 매수타이밍을 엿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만류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제이는 조바심이 났는지 아직도 앞자리가 6인 비트코인을 나와 상의 없이 구매했다.

퇴근 후 파랗게 물들던 비트코인은 앞자리가 5도 모자라 4까지 추락할 기세로 내려앉고 있었다.

이번엔 그녀의 실수였다. 인정해라.


사람 마음은 참으로 상대적이다.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실망으로 바뀌었다.

마음은 하루에도 여러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울게 되던 웃게 되던 결국 직접 선택하고 해 봐야 끝이 난다.

매우 신중한 편인 그녀는 오늘 놀랄 정도로 충동적이었다.

코인이 그녀를 괴롭혔던 것일까? 그것이 그녀의 일상을 침범했던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이는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다.

소신있던 그녀는 어디가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니 그 필요성이 더욱 느껴진다.

나는 올해만큼은 그녀가 계획적인 일상을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



-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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