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다
자연놀이라고 해서 막연하고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연에서 놀이하세요."라고 이야기하면
"저는 나무 이름도 곤충 이름도 잘 몰라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고 질문을 많이 받곤 하죠.
말 그대로 놀이로 바라보고 아이와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출발을 해보세요. 아이 머릿속에 있는 자연을 들어보세요.
자연놀이라고 했을 때 곤충의 이름과 식물의 이름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배움에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에서 놀 때만큼은 배움은 잠시 접어두길 우유나무는 늘 강조합니다. 아이와 즐거운 상상으로 우리만의 자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짜 자연입니다.
정답을 원하시면 곤충도감, 식물도감 전부 가지도 다니세요.
아마 양육자도 아이도 벌써 지쳐버릴 것입니다.
이 친구는 누구일까요?
번쩍번쩍 빛이 나는 이 친구는 딱정벌레에 속하는 '흰점박이 꽃무지'입니다.
다리가 여럿인 친구들은 숲을 사랑하는 엄마도 당황하게 만들죠.
(숲에서 누군가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있다면 몸에 다리가 많은 친구가 붙어있는 저의 모습일 가능성이 큽니다. )
사실 엄마는 곤충을 무서워합니다. 그럼에도 숲을 열심히 나가는 이유는 단 하나.
정답이 없는 자연 안에서 느끼고 생각하길 바라기 때문이죠. 엄마는 아이들 각자의 자연을 함께 공감하고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곤충 친구의 이름은 흰점박이 꽃무지가 아닌 '초록탱탱딱정무당이'입니다.
우리의 자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은유는 누군가를 열심히 지켜보다가 말을 걸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지나다니면 사람들에게 밟힌다고 말이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친구가 힘들까 봐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은유는 그 친구의 이름을 '나비 꿀벌'이라고 불렀습니다. 누구였을까요?
바로 '공주 개미'였습니다.
드레스 같이 예쁜 날개 덕에 '나비 꿀벌'이라고 불린 이 친구가 은유의 자연에 들어왔습니다.
엄마도 은유의 자연과 만나는 순간이었죠.
아이의 지어준 이름에
"이 친구는 나비 꿀벌이 아니고 공주 개미란다. 공주 개미는 왕자 개미와 결혼 비행을 하고 여왕개미가 되지. 개미는 영어로 앤트란다."
하며 설명을 했을까요?
생각만 해도 지루합니다.
곤충을 또 찾으면 엄마가 설명을 늘어놓을 것만 같아요. 곤충 찾아봤자 가르치려 드는 엄마 덕분에 자연놀이가 벌써 지루할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부른 이름 그대로 오늘 우리의 자연에서는 '나비 꿀벌'입니다.
아이가 지은 이름으로 불리는 곤충을 볼 때마다 엄마에게는 추억이, 아이에게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양육자와의 유대관계가 더욱 깊어집니다.
나비 꿀벌이가 길을 잘 건너갈 수 있도록 은유는 그늘이 되어주고, 지나가는 행인이 밟지 않도록 지켜주었습니다. 엄마는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힐까 봐 아이를 지켜주었죠.
우리는 자연에서 머리, 가슴, 배가 아닌 '배려'를 배웠습니다.
풀잎이 아닌 길 위에서 만난 무당벌레가 행여나 밟힐까 봐 은유는 조심조심 이야기를 합니다.
"무당벌레야 여기서 다니면 아야 해~"라고 말이죠.
무당벌레를 살포시 들어 풀잎에 조심스럽게 놓아줍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배려심을 배우고, 지나가는 작은 벌레 하나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지니게 됩니다.
곤충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기에 엄마는 아쉬운 마음 한가득입니다.
만약 무당벌레를 처음 보았다면 아이는 어떤 이름을 지어줬을까요?
점박이 벌레? 땡땡이 벌레?
우리가 작은 친구의 이름을 잘 모르기에 가능한 생각이 크는 자연 놀이입니다.
또다시 멈춰 선 아이.
은유의 자연에 무지개 꿀벌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지개 꿀벌은 어떤 곤충일까요? 상상해볼까요?
무지개 꿀벌이라는 이야기에 엄마는 알록달록 예쁜 빛깔의 아름다운 날개가 하늘하늘 움직이고 있고 귀여운 더듬이가 사랑스럽게 움직이고 있을 곤충을 상상을 했죠.
무지개 꿀벌은 바로 '똥파리'입니다.
흔히 보이는, 어른의 눈에는 더러운 해충으로 느껴지는 똥파리가 '무지개 꿀벌'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입니다. 아름다운 '무지개 꿀벌'로 승진한 똥파리에게 축하주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세히 보니 알록달록 예뻐 보이기는 합니다.)
아이들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름 덕분에, 똥파리가 무지개 꿀벌로 승진을 한 덕분에 우리만의 곤충도감은 알록달록 채워지고 추억 또한 무지개 빛으로 물이 듭니다.
집으로 돌아와 은유의 머릿속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은 곤충을 그림으로 그려보았습니다.
무당벌레와 나비 꿀벌을 그린 아이.
그렇게 은유의 곤충도감은 하나씩 채워져 갑니다.
잘 모르는 곤충이나 식물을 만났을 때 바로바로 스마트폰의 기능으로 정확한 명칭을 찾아주려고 굳이 노력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자연물일 경우 굳이 아이에게 잘난 척을 하는 어른이 있죠.
주변에 그런 분들이 보인다면 많이 꾸짖어주세요. 우리 아이의 생각을 키울 시간을 방해했다고 말이죠. 잘난 척하지 말라고 말이죠.
만약 아이가 이미 정답에 길들여져 있다면,
"잠시 스마트폰의 기능이 꺼져 있으니 사진만 찍어두고 집에 가서 알아보자. 대신 그전까지 네가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어때?"라고 이야기해보세요. 우리만의 이름이 생기고 우리만의 추억이 생깁니다. 관찰력이 높아지고 창의적인 아이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이의 생각으로 시작된 곤충이 지구 상에서 처음 발견된 곤충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자연놀이는 길가의 똥파리도 신분 상승하게 만드는 아주 의미 있는 활동입니다.
공벌레가 반려동물이 되는 귀여운 활동이죠.
이름 알고 있더라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이가 만든 자연의 이름이 어떤 것인지 들어보세요.
작은 입에서 나온 이야기 덕분에 유대관계가 깊어지고 아이의 성취감이 커지게 됩니다.
생각이 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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