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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Brunch Jun 22. 2017

좋은 지도교수 찾기

교수도 사람이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와서 로테이션*을 하던 시절, 연구실을 고를 때 세가지를 보라고 배웠다: 연구 주제, 연구실 분위기, 그리고 지도교수. 나는 당시에 대학원 초짜로써 연구 주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1년차 친구들에게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느냐 질문이 들어오면 거리낌 없이 지도교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왜 지도교수가 제일 중요할까? 그리고 좋은 지도교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미국 대학원의 생물학 전공자들 중 일부는 로테이션이란 제도 하에 1년간 2-3개의 연구실에서 10주간 일해보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연구실을 정할 수 있다. 나처럼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에겐 최고의 제도!


지도교수가 제일 중요한 이유


으레 대학원, 특히 박사과정은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4년 길게는 7년씩 걸리는 이 긴 여정에서 모든 것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하나가 있으니 그건 바로 지도 교수! 연구 주제는 펀딩에 따라, 같은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이 무얼 하느냐에 따라 (scooping의 위험), 또는 지도 교수의 흥미에 따라 바뀐다 (아, 교수님, 저번에 제 프로젝트가 제일 재밌다고 하셨잖… 흑흑). 시간이 흘러 사람들 하나 둘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좋았던 연구실 분위기가 험악해 질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교수는 연구실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그.대.로. 남아있는다. 그 말인 즉슨, 교수의 나쁜 습관 (이메일 답장이 늦거나 혹은 씹는다, 간섭을 많이 한다)도 시간이 지난다고 바뀌지 않을거라는 것! 가끔 대학원생이 본인의 지도교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교수의 성향을 바꾸려고 (삽질하는)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실패하고 지도교수와의 사이가 나빠지기만 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 (부모님, 친구, 애인, 배우자)이 나의 성향과 다르게 행동하기에 내 기준에 맞추어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가까운 사람들도 개조(?)가 불가능하거늘, 어디 지도교수를 바꾸는게 가능할까?  


사랑의 이름으로 널 바꿔주겠어!


지도교수도 사람이다


4년차를 끝내는 이 시점에서 나와 나의 지도교수의 관계를 반추해보니 다른 학생들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기대치가 높아 “교수님 최고!” 였다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믿음이 없어져서 “!#@()*#)(!#*!()#” 였다가 이제 서로의 장단점 그리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점을 잘 아니 더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초년생 학생들이 많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지도교수도 사람이라는 것인데, 그 말인 즉슨 그들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도교수도 연구의 방향이 꼬일 때가 있고, 데이타 분석에 애먹을 때도 있고, 무엇보다 대학원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를때도 있다. 물론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 쌓아온 경험과 연륜은 막대하다. 허나 그것이 주는 위압감과 아우라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그가 툭 던지는 아이디어나 실험 방향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결국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할 건지는 나에게 달렸고 어느 방향으로 갈 건지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내가 1-2년차에 알았더라면 내 지도교수를 덜 원망하고 내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도교수도 축 처질 때가 있다 (출처: http://sasolisang.tistory.com/15)


좋은 지도교수 찾기


그럼 좋은 지도교수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사실 두리뭉술한 것이, 마치 좋은 배우자란 어떤 사람일까요, 라는 질문처럼 개개인의 가치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의 인성이다. 이건 때로는 연구 주제보다 더 중요한데, 지도교수의 인성이 어떠냐에 따라서 대학원생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어찌 되었든 사람과의 트러블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그걸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된사람, 된 지도교수를 만나는 건 행운이다. 그리고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인성이 된 사람 밑에 비슷한 된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에 미래 지도교수가 이미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봐라. 식사를 하러 가면 음식점의 웨이터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 소리 지르고 짜증을 내는가? 점잖게 행동하는가? 인성을 가늠하는 가장 쉬운 지표는 약자에게 어떻게 대하는 가,가 아닐까.


그 다음에 보는 것은 지도교수와 일하는 스타일이 맞는지,이다. 학생들 중 몇은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한달에 한 두번 교수와 만나는 걸 좋아하는 반면 다른 학생들은 교수가 항상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교수님 내 손을 놓지 마세요). 본인은 어떤 스타일의 멘토링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그런 멘토링을 줄 수 있는 지도교수를 찾아보는건 어떨까. 나의 경우 독립적인 성향이라 2주일에 한 번 지도교수와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충분하지만 더 자주 만나는 건 부담스럽다. 일하는 스타일과 비슷하게 중요한 것은 지도교수와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 합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성격이 있고 대화 방식이 있는데 얘기할 때마다 뭔가 안 맞고 부연 설명을 계속 해야 한다면 나나 그가 틀린 것이 아니라 대화 방식에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연구주제와 새로 나온 논문 등 일적인 이야기 외에 다른 주제로 얘기가 통하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물론 교수와 정치나 종교, 철학, 혹은 저번 주말에 있었던 축구 경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고 그게 없다고 해서 연구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와 인간적으로 친한 학생/포닥들을 교수가 더 잘 케어해주는 경우는 많이 보았다. 가볍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교수와 멘티 사이가 편하다는 이야기 아닐까.


우린 왜 이렇게 다를까


마지막으로 (내가 기대치를 올려놓긴 했으나) 기대치를 낮추라는 말을 하고 싶다. 교수는 신이 아니다. 당신은 지도교수와 친구가 되려는 것도, 연애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간혹 인생의 멘토를 낚을 수 있으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대학원 때 지도교수와 매달 통화하는 사람, 지도교수가 결혼식 주례를 서 준 사람, 지도교수에게서 인생의 지혜를 배웠다는 사람도 있으나,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지도교수도 때로는 적당히 착하거나 적당히 나쁜 여느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상처받을 일도, 바락바락 대들 일도, 사실 그렇게 큰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될지도.


당신과 지도교수의 관계는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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