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로소 Jun 08. 2024

문학과 나 2

안데르센 인어공주

안데르센 동화 속 인어공주왕자를 사랑하게 된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던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하기에 목소리를 잃고 두 다리를 가지게 된다.

목소리로 사랑을 전하지 못한 인어공주는 결국 물거품이 된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받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이토록 애쓰고도 물거품이라니.

많은 동화들이 권선징악을 피날레로 하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인어공주는 새드엔딩이었다.

인어공주는 사랑을 가지려고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것을 내어주고도 얻지 못했다.

차라리 인어공주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인인 채로 왕자가 탄 배 곁으로 가서 내가 왕자를 구했다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아름다운 목소리로 왕자를 유혹했으면 왕자가 그녀를 달리 보았을까.

정말 사랑했었고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

밉지만 이해하려고 했고 상처 주었지만 용서하려고 했던 사람, 우리가 가장 상처를 받는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장 애정하고 사랑했던 사람 경우가 많다.

인어공주는 목소리를 잃고 사랑도 잃었다.

사랑하는 이가 자버리고 나자 물거품이 되어 부서졌다.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묵묵히 내 사랑을 전하면

언젠가는 나를 바라봐주고 사랑해 줄 것이라 생각한 걸까.

그런 기대와 희망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과거 말하지 못했던 나의 바람,  소리 내지 못하고 참아야 했던 시간들조차 언젠가 인어공주와 같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인생 힘들다며 모진 화풀이하는 통에 정신이 아득해지던 날들이 희미해지긴 할까. 마녀 같던 시간의 손아귀에서 놓여났으나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마음과 내 목소리를 잃고 나니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어찌 살아야 할지.

서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시절을 벗어나 어른이 되어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기만 했다. 받아서 가지고 있던 사랑은 줄 게 없어  내 안에 스스로 사랑을 만들어내는 공장을 돌려야 하는 게 어떤 때는 잘 되고 어떤 때는 지친다.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좋은 사람으로 나를 지켜내는 것이 쉽지 않다. 뜨거운 불 속에 들어갔다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 히는 것의 반복인 담금질의 고통을 평생토록 견뎌야 하는 것이다. 금질은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과정이지만 내면의 담금질이 쉬울 리 없다.


누군가 마음속의 인어공주있다면 해주고 싶다. 네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지 않아도 너를 알아봐 주고, 네 모습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는 이를 만나 잘 살아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라고.



작가의 이전글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