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로소 Jun 01. 2024

선물

그야말로 '신록예찬'에 묘사될 듯  푸르디푸른 날, 글쟁이들이 하나둘 카페에 모였다.

각자의 사정으로 한 둘씩 빠지다가 이렇게 모두 함께인 것은 오랜만이었다.

등단한 사람도 등단하지 않은 사람도 모여 놀자며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자는 모임이다.

주최하신 분이 매 번 감사하게도 선물을 준비해 주신다.

작은 선물이라 하지만 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더없이 귀하다.  

어떤 날은 이벤트 선물이라며 뽑기도 하고 게임도 해서 희희낙락한 유쾌함을 선사하신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선물을 고르고 나눔 받은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며 행복해하는 작가님께 늘 고맙다. 그 따뜻한 마음에 얼음장같이 얼어붙었던 마음이 아이스크림처럼 샤라락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다. 봄날의 꽃처럼 산뜻하게 웃으며 모임이 시작되면 그동안 사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건강부터 이런저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풀다가 글 쓰는 이야기, 책 이야기로 가면 진지해진다.

이(e) 북 내신 작가님이 손수 준비해 주신 프린트로 강의를 해주신다. 부지런히 받아 적으면서 나눔을 는 사람의 따스함을 느껴본다.

'진짜 작가들모임 같다.'라고  든다.

나누고 꺼내어 사람을 살리고 있다. 진지한 눈빛들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게으름을 반성하는 열정을 느끼려고 여기 온 것 같다.

문득 그런 작가여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살림 사는 것처럼 나누고 꺼내어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작가구나. 내 곁의 많은 이들이 작가였구나.'

작가의 정의를 달리 하는 순간이었다.


1~2년 사이 사람한테 너무 데어서 아프고 고통스럽다 보니 마음을 좀처럼 열기 어려웠다. 마음의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꺼렸다. 는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저기에 있었다.

기꺼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눔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따뜻한 울림이 생겨났다. 나도 한때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면 세상이 좋게 바뀔 거라 굳게 믿었다. 좋은 말을 해주고 격려해 주고 도와주고 순수한 선의를 베푸는 게 행복했기에 그런 삶을 영원히 살고 싶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나를 이용하고 누군가는 선의만 탐했다. 매 순간 상처받는 나는 보지 않은 채 자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빼내어갔다. 대가 없이 봉사하고 그러면 나은 세상이 오고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나아지리라 여겼지만 사람들뿐 아니라 세상에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세상에 빗장을 걸어두고 점점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세상은 이다지도 허무하고 사람들은 시기, 탐욕,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보는 세상은 컬러를 잃고 온통 잿빛으로 변했다.  그런 채로 살고 있는 마음에 물결이 인 건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삶에서 선물을 받는 날은

내가 사람들을 가슴 깊이 사랑하게 되는 날이었.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토록 쉬운데 또 어렵다.

삶이 매일같이 내게 건네주는 선물 사람이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쉬어도 된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