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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빈 Apr 24. 2020

#에필로그.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그리고..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요가 지도자 교육 과정(TTC) 끝난 지도 벌써 8개월여 흘렀다.  사이 계절도 여름에서 겨울, 어느덧 봄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현재 경력 8개월 , 요가 강사다. 강사 활동을 하면서, 내가 모르던 나의  다른 면을 알게 되었다. 먼저, 내가 (우려했던  보다는) 기억력이 좋다는 . 수업을 나가기 , 내심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생각보다 쓰윽 지나가는  이름, 나이와 같은 개인 신상 정보 아니던가. 집중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흘러가버리는, 그러나 상대방에게 다시 묻기는 망설여지는 것들.
 

게다가 나는 약간의 안면인식 장애(?) 있어,    사람의 얼굴을 쉽게 잊는다. (그렇다. 회사 생활은 애초부터 불가능 했던  아닌가 싶다!) 황금단추에서 진행하는 개인 수업은 소규모기에 기억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아파트 수업의 경우는 15 전후 인원에 매달 조금씩 신규 회원들이 드나들어 혹시나 내가 실수를 하지 않을지 매우 걱정스러웠다. 그렇다고 이름 없이, “회원님하며 동작을 짚어드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출석을 부를      눈을 마주치며 얼굴과 이름을 익혀갔는데, 이게 웬걸! 기억하려 노력하니 관심을 기울이니,   일도 되었다. (물론, 쌍둥이 회원의 이름을 처음부터 반대로 기억하고 4개월 넘게 뒤바꿔 부르고 있긴 했지만!)


심신의 옷깃을 여미는 요가(@영상다방 황금단추, 합정)


작년 봄, 요가 지도자 교육 과정(TTC)을 등록하며 세운 나의 목표는 평일 오전엔 지금과 같이 드라마 대본을 쓰고, 오후엔 집 근처에서 요가 강사 일을 하며 글쓰기 외의 추가 수익을 얻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론 그 목표를 이룬 셈이다. 드라마 대본만을 생각하고, 그리고 그것만이 내 유일한 밥벌이라 생각하며 절절하게 노트북 화면 속만 바라보던 내가 어느덧 일주일에 많게는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닌 각양각색의 진짜 사람들을. 그리고 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돌봐주기 위해, 나의 몸과 마음을 쏟고 있다.
 

어느새 글을 쓰는 시간만큼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이 재밌고, 소중해졌다. 그동안 내게 요가 강사 생활을 제안한 나의 선생님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나의 현재 모습에 엄마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정작 나 자신은 정말 몰랐다. 내가 감히 요가 강사가 될 줄은. 그리고 그 일을 이토록 애정하게 될 줄은. 돌아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아가며, ‘할까 말까?’ 고민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그 중에 선택을 ‘해서’ 후회하는, ‘안 해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꽤 있다. 내 경우, ‘해서’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유일한 선택은 요가 뿐 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마음이 아픈 날, 그리고 장기간 떠난 낯선 여행지에서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준 건 다름 아닌 요가 매트 위에서의 시간이었다.


심신의 옷깃을 여미는 요가(@영상다방 황금단추, 합정)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을 통과하며, 요가가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한 뼘 간격으로 매트가 앞뒤로 꽉 찬 수련실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요가 수련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트 위에서 차곡차곡 쌓은 좋은 에너지로 대본을 쓰고, 요가 수업에 오는 학생들과 나누는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상인지를. 요가는 나에게 많은 걸 주었다. 건강한 몸과 마음, 그런 심신을 가진 다정한 사람들, 이제는 약간의 수입까지. 이 모든 게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단은 39번째 생일에 집필실 겸 요가원을 차리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 목표는 ‘얼렁뚱땅’ 성공 할 테다. 그러니 오늘도 매트 앞에 서는 그 시간을 감사하며 살아야지. 처음과 같이, 두 손 모아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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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를

애정있게 지켜봐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조만간 예쁘게 정리된 단행본으로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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