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노랗게 물든 날
은행잎 노랗게 물든 날/ 조성범
은행잎 노랗게 물든 날
고양이 살금 거리는 백범광장 지나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상아산에 오르렵니다
숲길을 걷는 걸음마다
마른풀들의 여름날 간절했던 기도
하나하나 찾아서
미, 파, 솔, 라, 시, 도 음표로
가을 노래 부르고
산밤나무 아래 앉아
바람이 들려주는 다람쥐 겨울 이야기
가만히 들어주다
높이 백오십일 미터 상아산에 올라
멀리 바다로 내달리는 낙엽을 배웅하고
나는 은은한 저녁놀로 남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