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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Aug 23. 2024

시향

단동의 밤



단동에 밤이 내려앉는다

붉은 천막 아래 포장마차가 불을 켠다

길게 늘어선 꼬치들, 연기가 피어오르고

양꼬치의 기름진 향이 골목을 채운다


낯선 도시의 밤, 우리는 그 속에 있다

언어는 불통이지만, 허기는 모두들 같다

포장마차 앞에 선 나는 손짓으로 주문하고

포장마차 주인은 웃음으로 답한다


고량주 한 병이 앞에 놓이고

작은 잔에 따르는 투명한 술

목을 타고 흐르는 쓴맛 속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한데 모여 앉아

고기 한 점, 술 한 모금 나누며

묵묵히 밤을 견딘다


포장마차 주인의 손놀림이 익숙하다

삶이 녹아든 그의 움직임 속에

고단한 하루가 스며 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포장마차의 불빛 아래에서

나는 잠시나마 이 도시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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