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박사 #졸업 #글쓰기 #라라크루
2024.08.22. 마흔을 넘긴 나이에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문득 마흔이라는 나이를 글자로 적으려니 실감 나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박사가 뭐 대수라고..' 하는 마음에 학위 수여식도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정식으로 학위 수여자들이 단체로 가운을 입고 진행되고, 주변 지인들도 아이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될 거라는 권유도 있어서, 수동적인 마음으로 수여식을 참석하기로 했고, 수여식에 꼭 필요한 박사 가운을 대여하며 그 자리에 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과정이 쉽지가 않았고, 식이 진행되는 동안 하나하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초기 실험 기획부터, 분석 방법에 대한 연구. 논문 방향 설정, 기획, 뼈대 잡기, 이후 논문 작성, 전문가 및 심사위원들에게 미리 개별적으로 발표하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예심과 본심을 통한 대대적인 수정을 마치고 논문에 모두 반영하는 과정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마흔에 과연 할 수 있는 것일까??'
다행히도 논문 디펜스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공학 박사 학위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제목에 "논문을 쓴다는 것"에 대해 시작했지만, 사실 "이것이 과연 논문이 될 수 있을까?" 에서부터 한참을 고민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몇 번이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논문을 쓰고 글을 쓰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의 과정에서 나오는 몇 문장과 그리고 싸움의 결말에서 나오는 몇 문장들이 하루하루 싸여 간 것이다. 글을 쓰자라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의 부산물인 것이다.
분석하려는 데이터를 가지고, 프로세스 마이닝이란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선행 연구를 한 논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분석이 과연 논문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심사 위원들도 박사 논문으로서 학술적인 기여에 대해 질문을 하였을 때.. 단 한 번도 확신 있게 이 부분은 논문이 될 수 있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흔에 논문을 쓰는 것이 시작되었다
이런 과정을 다 통과하고 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기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으로 주업의 일을 해야 했고, 아버지로 세 아이들과 시간도 보내야 했고, 부가적인 수입을 위해 프리랜서로 일을 해야 했으며, 논문 데이터 분석과 논문을 작성하는 일까지.. 정말 많은 일들을 하며 학위 기간을 보냈다.
마흔에 논문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인 성취를 넘어서, 인생의 후반부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경험인 것 같다. 이 과정은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지원과 격려를 통해 완성되는 길이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더 이상 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만큼 삶의 깊이와 경험이 더해져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마흔에 논문을 쓴다는 것은 기존에 살아온 패턴과 한계를 뛰어넘어보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며, 인생의 한복판에서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성취는 단순한 학위 이상으로,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자산을 만들어가는 방법과 삶의 태도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잘 전해주고 싶다~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난 학위 기간을 기념하며 브런치에 글을 남겨본다~
수고했어요~! 데이터파머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