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침잠하는 사람의 하루이다. 그는 전 날 어지럼증을 심하게 앓았다. 어지럼증이라는 것은 이비인후과와 정신과에서도 해결점이 모호한 증상이다. 뚜렷한 맥락적 양상이 있는 것이 아닌 비주기성 어지럼증 이기 때문이다. 어지럼증 다음으로 근육통이 몰려온다.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뻐근하게 쑤신다. 그는 새벽쯤 그것을 느끼면서 눈을 떴다. 머리통에서 왕왕 소리가 났다. 그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일어나 샤워를 한다. 머리카락을 젖히고 뒷 목에 뜨거운 물을 떨어뜨려 한동안 몸을 덥힌다. 머리에 비누칠을 하는데 팔이 떨어질 것처럼 쑤셔온다. 여러 번 쉬면서 머리를 헹군다. 그러다 1평짜리 자취방 화장실에서 쓰러져 골절을 입는 비극을 예감하며 더 이상 씻지 못하고 빠져나온다. 몸이 너무 아파서 젖은 몸과 머리에 물기를 닦을 수가 없다. 그는 베개에 수건을 두 장 겹쳐서 깔고 젖은 채로 눕는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모든 일과는 계획에서 취소된다. 곧장 네 시간을 자고 일어났지만 아직도 몸이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는 동안 땀이 난 것이다. 그는 7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수액 맞는 것을 고민한다. 한 시간 동안 고민한다. 뒷목에 끼여진 젖은 수건을 빼내면서 그는 일어나 병원으로 간다. 진통소염제와 비타민, 면역강화제가 섞인 주사를 맞는다. 택시비를 결제하면서 그는 수액을 맞기 위해 쓴 돈은 7만 원이 아니라 9만 원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인스턴트 죽 뚜껑을 따다 포기하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시트가 젖어있다. 하는 수 없이 수건을 몇 장 가져와 시트 위로 펼친다. 억울해서 눈물이 난다. 무엇 때문에 가장 억울한지 그는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을 망쳤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질 않는다. 그날 하루가 마치 삶 전체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는 다시 긴 잠에 빠진다. 잠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몽롱함 속에 그는 조각난 몸이 조금씩 모여드는 느낌을 느낀다. 밤이 되자 허기가 몰려온다. 배달어플로 바나나와 현미밥을 주문한다. 밥에 들기름을 부어서 먹고 바나나도 하나 까먹는다. 밤은 밤이니까 라는듯, 그는 또다시 잠에 빠진다. 쑤시는 통증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온다. 몸이 침대 밑으로 서서히 빠져내려 가는 기분이 든다. 마침내 진짜 잠을 자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