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숫집에서 국수를 시켰는데 앞자리에 고양이가 앉았다. 통통한 고양이. 밖은 너무 춥고 건조하고 쓰레기가 많은 12월 주말 이른 아침이었다. 밖에 돌아다녔으면 육수 우리고 남은 멸치 못 얻어먹었을 텐데, 고양이씨 참 운이 좋다! 생각하면서, 털에 윤기가 나네, 짜식, 나 좀 한 번 봐줘 귀염둥이. 생각하면서 국수를 다 먹었다. 마무리 국물을 호로록 마시고 일어설 때까지 고양이는 내 앞을 지켜주었다. 국숫집 아주머니께 고양이 몇 살이에요~? 하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몰라요~ 하고 답했다. 잘 모르는 고양이를 지켜주는 사람들: 어른들.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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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비를 그릴때 양 날개를 뉘인 8자로, 그리고 더듬이를 꼭 그려 넣는 아이들이 있어서 정말 좋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아트북페어에서 초등학생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작품을 팔러 나왔다. 숫자 3을 길게 늘어뜨려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그린 토끼 귀, 나비들, 꽃밭에 누워서 잠자는 토끼들, 안경 낀 토끼 그림이 있어서 좋았다. 그림 속 토끼는 초록색이 되었다, 빨간색이 되었다 했다. 내가 작가님께 토끼가 초록색이고 빨간색이고 그러네요~?라고 했더니 작가님은 다 다른 애예요~라고 말했다. 그렇구나! 그 순간 행복했다. 작가님께 사인을 해달라고 했더니 부스 밑으로 들어가서 사인을 하고는 나와서 내게 주었다. 보는 앞에서 사인을 하는 게 부끄러웠나 보다. 나는 되게 오랫동안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