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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Apr 29. 2021

이 시국에 싱가포르에서 취업하려면

'호감'보다 '조건'이 우선

 6개의 회사와 면접을 본 끝에 내가 가장 원하던 회사와 그 직무로 싱가포르 취업에 성공했다. 분야와, 직책, 연봉, 심지어는 오피스 위치까지 기가 막히게 내 마음에 들어 현재 입사 전 여유를 즐기고 (놀고) 있다. 면접을 본 회사 6곳 중 세 곳은 한국 기업/기관이었고 나머지 세 곳은 로컬 기업으로 영어 면접으로 진행했다.


전반적으로 싱가포르 기업들과 면접을 보며 느낀 점은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인간적인 '호감'보다, 이 사람이 이 업무에 적합한지를 따지는 '적합성'이 월등히 앞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지원자들의 스펙이 다 기본으로 높고 전공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직무와 다소 다른 전공과 경험을 갖고 있더라도 면접에서 어려운 질문에 잘 대응하거나 앞으로의 포부, 성장 가능성 등을 어필하면 입사 후 교육과 인수인계를 통해 합격했던 것 같다.


반대로 싱가포르는 신입 공채 등의 개념이 거의 없고 신입을 뽑는 일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일을 내일 당장 시켰을 때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길 원한다. 따라서 경력자는 링크드인 등을 통해 먼저 제안이 오기도 하지만, 졸업을 앞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턴부터 시작해 이직을 통해 경력을 쌓아가는 편이다. 싱가포르 기업이 원하는 지원자의 조건은 '당장 투입 가능', '업무 관련 경력', '합법적 비자 유무', '영어 소통 능력' 등이 우선이며, 이후 연봉 수준과 가능한 입사일 등의 합의들이 따라온다.


추가로 KOTRA로부터 알게 된 링크드인(Linked-in) 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업의 약 70%는 구직자의 학력 및 경력보다 대화 기술, 문제해결 기술과 같은 업무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걸 보면 대학교와 신상정보가 맨 첫 장에 적힌 한국인의 이력서를 보고 외국인이 놀라는 것이 이해된다. 영어점수나 학교, 학업성적보다 업무 능력에 대한 이해도를 먼저 보는 것이다.



1. 면접


 싱가포르 면접 분위기는 한국이랑은 다소 달랐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회사 바이 회사지만. 한국 그리고 싱가포르 내의 한국기업에선 자기소개부터 시작해, '나'라는 지원자의 발전 가능성이나 경험을 쌓으며 해온 노력, 성격, 태도 등을 분석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실제 질문들도 '본인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을 하게 될 텐데 잘할 수 있어요?', '적어낸 경력이 이렇던데 우리 직무랑 연관성은 어떻게 생각해요?' 등의 보다 감성과 이성이 혼합된 질문을 받았다면, 싱가포르 로컬 기업 면접에선 '우리 회사는 이러한데 너 이런 기술 써봤니?', '언제부터 일 할 수 있어? 비자는?' 등의 업무 실행을 위한 다소 현실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도 '제 이력을 보시면 아시듯이 전 잘 해낼 의지가 있고 전 직장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등의 감성 어필도 물론 가능하다.


영어 면접의 경우, 한국 기업이 요구하는 영어 면접의 수준이 더 높았던 것 같다. 한국 특유의 질문-응답 순서의 면접 분위기가 유독 강해 같은 질문을 받아도 모범 답안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또 한국어를 하다 다시 영어 스위치를 켜야 해서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반면 로컬(싱가포르) 기업 면접에선 주로 대화하듯이 질문-응답이 이어졌다. 면접관은 대화의 흐름 속에서 내 영어 실력을 알아서 판단하기 때문에 보다 쉽게 느껴졌고 합격률 역시 높았다. 또 나의 경우 긴장하면 더 영어가 잘 나오는 편이라, 어차피 영어를 쓴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외국인과 보는 면접이 더 편하기도 했다.


2. 면접 전 과제


면접 이전에 지원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미션에도 차이가 있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면접 단계 직전에 과제를 주는 기업들이 몇몇 있다. 나는 지원자의 입장에서 이 과제는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입이라면 정말 귀찮지만 진심으로 감사해야 될 절차다. 지원자가 설령 업무 경력이 부족해도 이 미션 하나만 잘 해내면 '경력은 짧지만 막상 실무는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당장 투입 가능합니다.'같은 인상을 미리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엔 번역회사, 교육회사, 패션회사 총 세 곳에서 면접 전 과제를 받았었다. 번역 과제는 처음 해 본 터라 번역 어투에 실수가 많았고 무엇보다 하면서 재밌다는 생각이 덜해서 스스로도 아쉬웠다. 교육회사에선 회계/홍보물 제작 미션이었는데 (가장 어려웠다.) 양도 많고 안 해본 엑셀을 하려니 상당히 까다롭게 다가왔다. 주어진 시간은 많았기 때문에 디자인 전공을 살려 홍보물 제작은 빨리 끝내고 회계 문제는 가능한 부분까지 해결한 뒤 못 한 부분은 왜 못 했는지도 첨언했다. 이후 이 회사는 붙긴 했지만 작은 회사인 것이 영 아쉬워 5개월 정도만 일하고 금방 나왔다.


마지막으로 패션회사에선 보도자료 번역, 제품/디자인 소개글 작성 등의 미션을 줬다. 본래 글만 번역해서 보내면 됐지만, 나는 그 과정이 진심으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직접 웹 포스팅 디자인을 하고 그 위에 폰트와 컬러 등에 변주를 주어 실제 나의 소개글이 웹사이트에 올라갔을 때의 예시를 함께 첨부해 보냈다. 후에 이 회사는 면접 후 거의 두 달 간의 기다림 끝에 내게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왔다.


3. 연봉 협상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연봉 협상은 말이 '협상'이지 그냥 주는 대로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거라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신입 연봉을 정해두고 주기 때문에 개인 경험을 비추어 보면 어떤 회사에서도 '협상'을 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포함한 해외 이직의 경우 말 그대로 '협상(Negotiation)'이 가능하다. 내 이전 연봉이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바탕으로 직접 어느 정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전혀 민망하거나 예의 없는 제안이 아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기업이지만 고용주가 한국인인 경우 연봉 혹은 시급 협상은 상대적으로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미 정해둔 레벨에서 안 올려주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C* 기업은 면접 시 공고에 기재된 연봉보다 300$(약 25만 원) 더 낮춰서 제시하기도 했었다.


4. 취업 정보


링크드인(LinkedIn)이 가장 대표적인 구직 사이트다. 채용공고 정보가 많고 그 퀄리티 또한 높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채용공고 정보가 상세하지 않아 지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링크드인은 개인 프로필을 올려두기에도 시스템이 잘 돼 있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연결되기도 쉽다. 내 이력서부터 관련 사이트 링크, 어학 자격 등을 업로드할 수 있고 특정 검색어를 기반으로 채용공고를 받아볼 수도 있으며 특정 실무자들을 팔로우 해 그들에게 메시지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력자의 경우 먼저 잡 제안이 오기도 해서 가장 구인구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이곳을 통해 두 번 정도 제안이 먼저 왔고 질 좋은 채용 공고를 찾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느꼈다.


이 외에도 로컬 회사 채용공고를 찾을 땐 주로 잡 스트리트(job street), 인디드(indeed) 등으로 채용 정보를 찾기도 한다. 또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한국 사람들이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찾는다면 '한국촌'의 구인구직 카테고리를 추천한다. KOTRA(대한 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제공하는 채용 공고도 많이 올라오며, 파트타임/단기/한국 기업 등의 정보를 얻기가 쉽다. 특히 가끔 링크드인에선 찾기 힘든 괜찮은 기업들의 공고도 가끔 가다 올라오기 때문에 꾸준히 팔로우할만한 곳이다.


5. 이력서


나는 지원 과정에서 이력서를 그때그때 수정했다. 한국 이력서 양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탓에 학위를 입력하는 위치나 경력 서술하는 방식이 서툴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수정이 필요한 상태다.) 앞서 취업 정보에서 언급한 KOTRA에서는 이력서 첨삭 서비스도 지원하기 때문에 내 이력서 양식이 로컬 채용 시장에 적절한 이력서인지 무료 진단받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모범 답안을 그대로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이력서를 보내면 어떤 부분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이메일로 답변해준다. 이력서 양식을 처음부터 만들기 어렵다면 캔바(CANVA)나 네이버 문서 소스 등을 통해 미리 만들어진 템플릿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6. 비자


큰 기업의 경우 대부분 비자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제시한다. 비자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원해줄수록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자를 발급하기 위해선 기업에서도 일부 재정적인 투자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안정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곳과 면접을 보는 것이 당연히 좋다. 또 면접자 역시 DP(배우자를 통해 받는 비자) 등을 갖고 있을 경우 기업에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구직 활동이 보다 쉬워지며, 이전에 받은 비자가 등급이 낮은 WP(Working Pass)라면 좋은 비자를 다시 발급받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비자 종류엔 EP, SP, WP / DP, LOC 등이 있다. 연봉과 일의 전문성, 안정성, 기업 수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비자는 달라지며 EP> SP> WP 순으로 안정적이다. 나머지 둘 중 DP(Dependent Pass)는 배우자가 EP(Employment Pass)를 갖고 일을 할 경우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이며, DP 소유자는 LOC(Letter Of Consent =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정부 허가)를 회사로부터 받아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싱가포르에서 2021년 5월까지만 적용되며 이후로는 DP 소유자에게 LOC 발급이 불가하다고 최근 안내되었다. 이 부분은 정책 변경에 따라 업데이트 됩니다.


물론 이 시국에, 해외취업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여행 한 번 하기 어려운 시점에 직장과 거주지를 바꾸려는 시도는 분명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채용에 나서는 좋은 글로벌 기업들이 많고 이에 응해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도전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다. 코로나는 언젠가 끝난다. 준비된 사람에게 채용의 기회는 분명히 열려 있기 때문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사진출처 - Dazeda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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