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주린 Oct 28. 2019

소울 품은 3달러 치킨라이스

싱가포르 맛집이 모여있는 그 곳

 고3 입시미술을 하면서 점심때마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었다. 그때 쓴 돈이 하루 약 3천 원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값으로 다른 나라도 아니고 싱가포르에서 매일 점심을 3달러(약 2,600원)에 해결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집밥이다.


 의외로 싱가포르는 밥값이 저렴하다. 이곳에는 가게 하나하나를 모아놓은 '호커센터(Hawker Center)'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 공간에 세를 내놓고 한 종류의 음식만 운영하는 식당과는 다르게 이곳에선 중국과 인도, 일본,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의 식당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뉴튼 호커센터(Newton Kawker center)'지만, 어딜 가든 소규모의 호커센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잘 팔리는 대표 메뉴는 치킨라이스다. 싱가포르의 대중적인 음식 중 하나인데 흰쌀밥 위에 야들야들하게 삶은 닭가슴살과 볶아낸 야채, 그 위에 소스를 뿌린 덮밥 형태다. 고작 3달러짜리 치킨 덮밥에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주문을 기다린다. 식당에 따라 밥은 면으로도 바꿀 수 있고 고기 종류나 소스를 고를 수 있는 곳도 있다. 닭가슴살은 일반 백숙이나 샐러드에서 접하는 질감보다 훨씬 부드러운 편이고 밥은 한국식이 아니라 조금 건조한 편이다. 막 미친 듯이 맛있는 별미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3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감사한 밥 한 끼다.

클락키 근처에서 주문했던 치킨라이스. 싱가포르 음식이 비싸다는 편견을 처음으로 깨준 음식.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은 치킨라이스를 뒤로 하고 중국식 반찬가게를 찾는다. 주로 찾는 곳은 클락키(Clarke quay)에 위치한 중국식 가게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도파도파(Dopa dopa)'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제육볶음부터 계란찜, 탕수육, 해산물, 새우볶음 등의 고기메뉴가 있고 숙주볶음이나 브로콜리 샐러드, 호박찜 등의 채소반찬으로 나뉘어 있다.


 처음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대충, 싸게 해치우려고 줄 서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였다. 새우와 브로콜리를 볶아낸 샐러드나 매운 돼지고기 볶음, 계란 토마토 오믈렛, 치킨 등 웬만하면 다 평균 이상이다. 게다가 듣도 보도 못한 후추소스 생선 튀김 같은 건 예상치 못하게 너무 맛있어서 3일 연속 먹기도 했다.


탕수육과 치킨, 후추미트볼, 숙주볶음 등 다양한 종류의 반찬이 눈에 띈다.


 가성비는 덤이다. 흰쌀밥+고기반찬+채소반찬=3달러다. 여기에 해산물이나 다른 반찬을 더하면 3.8달러부터 5달러까지 오른다. 우리나라에서 반찬 팩만 따로 구매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바로 맞은편 가게에만 가도 10달러가 훌쩍 넘는데, 이 정도면 싸도 너무 싸다. 20여 가지에 달하는 반찬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매일 하나씩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다. 또 테이크아웃도 가능하지만 식당 바로 앞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서도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약 3,500원에 구입했던 중국식 반찬 도시락들. 한국 반찬과 맛이 상당히 비슷하다.

 비싸고 화려한 음식들 중 굳이 이 호커센터의 3달러짜리 밥을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싱가포르의 부지런하고 바쁜 일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이자 장소이기 때문이다. 연기를 참아가며 꼬치를 굽고 반찬을 기계처럼 담아내고 전통 국수를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이 사뭇 낯설면서도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당신이 호커센터를 찾는다면 화려하고 이국적인 요리 이면에 그 모습을 만들어내는 싱가포르 사람들의 소울도 동시에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달살기로 싱가포르가 최적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