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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Dec 10. 2019

직장동료들과 책을 출간했습니다

'공동 집필'의 명과 암

 '공동 집필'.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기자라면 구미가 안 당길 수 없다.


살면서 한 번은 책을 내보고는 싶은데 혼자 끝마칠 용기가 없을 때, 혹은 퇴사하고 출간의 꿈을 펼쳐보고 싶은데 통장 잔고 보고 꿈을 접을 때 공동 집필, 출간은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다 같이 한 번 책을 내보는 거 어때?" 2년 전 겨울이던가, 한 선배가 회의 후 다 같이 모인 카페에서 처음으로 다 같이 책을 내자고 제안을 했다. 당시 한 8명 정도 되는 동료 기자들은 그 자리에서 오케이로 도장을 찍었고 각자 출간에 대한 꿈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기사'가 아닌 '책'을 내는 모습을, 또 내 이름이 저자로 등록되고 또 그 책이 유명 서점 곳곳에 진열돼 팔려나가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들을.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최종 공동 저자는 6명으로 좁혀졌고 지난 12월 4일쯤 '2020 서울'이란 이름으로 출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직장 동료와 책을 함께 내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또 어떤 장, 단점이 있을까.




장점 1: 대학교 팀플보다 낫다

 다들 성인이다.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직장인들의 팀플이다. 알바나 취업 준비, 혹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단톡방을 나가거나 잠수를 타는 그런 팀플 참사는 없다. 더욱이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 출간 준비라면 과정은 배로 쉬워진다. 비슷한 용어와 사고 회로를 가진 이들이 함께 하는 팀플은 그날 하루 큰 수확이 없어도 최소한 토론에서 나오는 '재미'가 있다.


장점 2: 스케줄 조정이 비교적 쉽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옆자리 동료가 언제 끝나는지 서로 너무 잘 안다. 또 회사 근처 곳곳의 아지트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모임 장소 비용을 줄이기도 좋다. 무엇보다 바쁠 때 다들 바쁘고 여유로울 땐 모두가 여유로워서 집필 텐션이 비교적 비슷하게 유지된다.


장점 3: 장수 채우는데 부담이 없다

 혼자 수백 페이지를 채우는 것에 부담을 느낄 일이 없다. 한 앨범에 구색을 갖추려고 억지로 채워 넣는 뒷 곡들처럼 알맹이 없는 페이지를 만들 일이 없다. 후에 언급할 책 '2020 서울'의 경우도 서울의 일자리, 공유경제, 미래산업, 쉼, 핫플 등 하나의 관통하는 주제를 여러 파트로 나눴고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한 파트에 한 사람만 집중해서 썼다. 당연히 콘텐츠의 퀄리티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장점 4: 동료애가 끈끈(?)해진다

 평일 내내 일하면서 보는 동료들을 가끔 주말에도 국립도서관에서 만나게 된다. 또 어떤 날은 소제목 한 줄을 놓고 밤 10시까지 내리 토론을 하다 다 같이 버스를 타기도 한다. 인사하고 일하고 다시 인사하고 집에 쌩 가는 동료가 아니라 진짜 라이프사이클을 공유하는 동지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건 성공적으로 집필을 잘 마쳤을 경우다.


장점 5: 우연히 얻은 비용절감

 어쩌다 옆 건물에 밥을 먹으러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작은 스크린에서 한 언론재단(방일영 문화재단)에서 언론인 출간을 위한 지원 공모를 한다는 공고를 봤다. 모두가 협심해 하루 이틀 만에 지원서를 완료했고 그 결과 몇몇 팀 중 한 팀으로 선정돼, 제작 지원 비용을 꽤 넉넉히 벌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지원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붙을 가능성도 낮았을 것 같다.


 반면!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단점들도 나타난다. 개인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땐 장점이 단점보다 더 많지만, 그 몇몇 개의 단점이 생각보다 치명적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단점 1: 육아, 퇴사는 어쩔 수 없나

 앞서 말했듯이 육아의 부담과 퇴사 후 참여 문제 등 개인 사정으로 두 명의 기자는 중간에 집필에서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비록 개인의 문제이긴 하지만 공동 집필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빠져야만 하는 멤버들도 생긴다. 이런 경우엔 파트 조정부터 분량 조절까지 전체 플랜이 흔들릴 가능성도 생겨난다. 나 역시 결혼-퇴사 후 같이 출간하긴 했지만 다니던 언론사 이름에 숟가락을 얹은 것 같아 조금 민망하긴 했다.


단점 2: 일과 분리가 어렵다

 회사 단톡방도 울리는데 책모임 단톡방도 울린다. 한 선배가 주말 출근을 하기로 했는데 그 선배가 또 출판사랑 의견을 조율한다. 이래서 퇴사 후 여유롭게 책을 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참 정신없고 바쁘다. 한 번은 현장 취재를 하다가도 '아! 이거 책에 넣어야 돼'라며 사진을 찍는 내 모습에 참 바쁘게 산다며 속으로 웃은 적도 있다. 역시 일과 꿈을 함께 끌고 간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단점 3: 내 생각을 찐하게 펼치기란..

 내 책, 내 글이면 제목부터 책 크기, 디자인, 어투까지 다 내 마음대로 만들어 갈 텐데 내 책이면서도 내 책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내가 가벼운 어투에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또 다른 저자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기사처럼 써내려 간다. 무엇이 맞다고는 못 하지만 누구나 자기가 쓴 글이 마음에 드는 법. 개인의 생각이나 색깔을 조금 죽여야 전체 글이 살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단점 4: 수입 분배

 뭐, 당연한 얘기다. 개인이라 해도 유명한 교수나 작가가 아닌 이상 인세 비율이 낮아 책으로 수입을 내기 어려운데, 공동저자면 거의 '의미'에 무게를 실어야 될 것 같다. 특히나 출판사 컨택이 잘 안 되거나, 공모 지원금이 없는 경우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수입보단 커리어에 플러스 요소가 된다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공동집필의 다양한 명과 암을 거쳐 1년을 훌쩍 넘게 준비한 책은 '2020 서울'이란 제목으로 서점 곳곳에 진열돼 있다. 앞으로 또 공동집필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이름으로만 짜인 또 다른 책을 내보고 싶긴 하다.


 

http://mobile.kyobobook.co.kr/showcase/book/KOR/9791160543315​  

- tbs 기자 6명이 공동 집필한 책, '2020 서울' 구경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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