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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Jun 10. 2020

내 글에 악플이 달렸다

후.. 잠시만 숨 좀 돌리고...!

 '개나 소나 글 올릴 수 있어요.
처음에 약간의 심사만 받으면.
쓰레기 글 넘쳐나죠. 이런 글처럼.'



 지난 4월, 내 글 '아파트 입장 거부당한 날'에 달린 악플이다.


'뺀찌'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한 명이 '당신이 기자냐'며 지적을 했고 나는 그걸 수용해 제목을 수정했다. 물론 현재는 기자가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그런데 그 밑에 다른 사람이 또 저런 댓글을 달았다. 신고는 했으나 악플은 무슨 일인지 여전히 살아 있다. 브런치팀도 코로나 때문에 일을 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삭제될 만한 강력한(?) 악플이 아닌 건지, 저 못난 댓글은 아직도 내 글 아래 남아 있다.


무플보단 나은 게 그래도 악플이라 생각해 웬만하면 신사적으로 답글을 하려고 했으나 역시 내 성격엔 그게 안 맞는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화보다는 짜증이 났다. 아이디를 추적해 누군지 찾아내고 따지고 싶었다. 한 10번을 정독해도 저 댓글 내용의 팩트가 도저히 앞뒤가 안 맞아서 똑같이 댓글을 달았다.


'쓰레기 같은 댓글을 로그인까지 해서 정성스럽게도 쓰셨네요..'



이쯤이면 많이 순화했다. 웬만하면 나도, '안녕하세요 OOO님, 독자마다 관점이 달라 제 글이 수준이 낮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쓰레기 글만 있는 것은 아니며...(이하 생략)' 이렇게 쓰고 싶었다. 하지만 댓글이 수준 이하인 것들 어쩌랴, 그냥 팩트로 공격하는 수밖에.


우선 '브런치'라는 서비스는 '개나 소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쉬운 매체가 절대 아니다.

기자 되려고 논 작문 다 공부한 나도 세 번만에 겨우 브런치 작가가 됐다. 반면 프로그래머에 경영 전공인 친언니는 한 번만에 통과해 작가가 됐다. 개나 소는 물론이고 현업이 유명 작가나 기자, 비평론가여도 브런치만의 기준에 안 맞으면 작가로서 글을 올릴 수 없다. '작가' 칭호를 못 쓰는 게 아니라 아예 글을 게재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구현돼 있다. 그런데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고?


처음에 '약간의 심사만 받으면 된다'는 말도 이해가 안 된다.

아무래도 저분은 브런치가 뭔지 모르는 것임에 틀림없다. 글 세 편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걸 또 남에게 보여주고 심사는 기다린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사에 한 번 떨어지면? 또 새로운 세 편의 글을 채워 다시 브런치팀에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난 9편의 글을 써서 브런치 작가가 됐다. 약간의 심사였다면 악플러 당사자도 이미 작가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이 없는 걸 보니 몇 번 떨어져 분한 게 분명하다.


가장 말도 안 되는 게 '쓰레기 글 넘쳐난다'는 말이다.

내 글은 쓰레기가 아니다. 나는 가성비를 엄청 따지는 인간이라 쓰레기를 생산하려고 아이패드를 열어서 글감을 적고 문장을 고치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유용한 정보를 담으려고, 정보가 없는 글이면 공감이라도 받도록, 그게 안 되면 최소 내 추억이라도 녹이려고 쓰는 게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이다. 그것마저 안 될 것 같은 글이면 99%를 썼더라도 그냥 서랍에 간직하고 절대 발행 안 한다. 그런 글은 독자는 물론이고 나도 안 본다.


답글을 달고 며칠 두고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반응이 없다는 건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저 댓글을 썼단 말도 된다. 진지하게 비방할 목적으로 썼다면 다시 열을 올리며 반박하고 다른 글에도 악플을 남겼을 것이다. 하등 쓸모없는 댓글 중 댓글이었다.


저 악플러도 독자 중 하나라니, 우습다



웃긴 건 쓰레기 글이 넘쳐난다고 지적했던 저 인간도 누군가의 독자라는 사실이다. 내 글을 구독한 건 아니지만 운동, 해외생활 관련 글을 올리는 몇 작가를 구독하고 있단 사실이다. 다른 유용한 글도 많이 봐왔을 텐데 저런 악플을 남기는 건 무슨 심리일까. 나를 싫어하는 지인이라 해도 저런 수준 낮은 악플을 남길 지인은 없다.





그리고 며칠 전, 브런치에서 또 다른 악플을 봤다.

'집에서 노는 아줌마들이 쓰는 수준 낮은 글 그만 보고 싶네요'



무려 공모전 공지글에 있던 댓글이었다. 기억나는 대로 워딩 하면 'OO언니'라는 닉네임의 그는 '이건 브런치 작가들만 참가할 수 있나요, 그럼 짜고 치는 잔치네요. 할 일 없이 집에서 노는 아줌마들이 쓰는 수준 낮은 글들 그만 보고 싶네요.'라고 썼다.


그래서 나도 썼다. '그럼 수준 높은 글을 보여주시든지 브런치 글을 안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라고. 역시 악플엔 신사 따위 필요 없다며 키보드워리어에 빙의해 악플엔 악플로 대꾸하고 싶었다. 그래도 난 브런치라는 공간만큼은 지적이고 멋진 작가님들의 글로 채워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많이, 아주 많이 자제했다. 그리고 며칠 뒤 저 못난 댓글은 삭제됐다. 역시나 싫은 건 싫다는 티를 팍팍 내줘야 알아듣는 걸까. 대한민국 어느 사이트에나 '댓글 신고' 기능이 있다는 게 그저 많이 씁쓸하다.


다른 작가들의 글엔 이런 악플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수준 높은 비평이나 공감만이 달린다면 다행이다. 그리고 그러길 바란다. 정성 들여 쓴 글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사진출처_surfea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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