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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Jun 17. 2019

악마의 냄새 속 천국의 맛, 두리안

#싱가포르 #과일 #두리안 #singapore #durian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잘라주는 약 8천 원짜리의 두리안. 3만 원짜리는 훨씬 꽉 차있다.

 흔히들 시궁창 냄새에 천국의 맛이라는 두리안. 뚝뚝 떨어지는 과즙도, 시원한 냉기조차도 없지만 한 번 맛보면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달콤한 맛에 중독된다. 맛을 묘사하자면 첫 냄새는 약간 쿰쿰한 야채 썩은, 조금은 프레시한(?) 톡 쏘는 향이 강하다. 나중에 두리안이 좋아지고 나면 이 향마저도 그리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노란색 과육은 마치 묵직한 커스터드 같은 질감을 가졌고 맛은 약간 홍시+멜론+생크림을 합친 묘사하기 어려운 단 맛이다.

속이 노랗고 클 수록 달고 맛있다.

 내가 싱가포르에 와서 가장 처음 먹은 디저트가 바로 두리안 케이크와 두리안 빙수였다. 두리안 전문 카페인데도 두리안 케이크를 잘라서 단면을 열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었다. 그만큼 냄새가 강하다. 그중 두어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는데, 제발 우리가 주문한 두리안 냄새 때문은 아니길 바랐다. 아무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맛과 질감의 두리안은 몇 번 먹자마자 금세 중독되었다.







 디저트로 워밍업을 했다면 실전에 도전할 차례. 싱가포르엔 즉석에서 잘라주는 두리안 노점상도 있다. 길에서 쉽게 팔지 않는 과일이기 때문에 우연히 발견한다면 엄청난 행운이다. 내가 찾은 곳에선 아주머니가 두리안을 골라 무게를 재서 잘라주는 곳이었다. 처음에 고른 건 워낙 무거워 2만 원 정도가 나왔고 우리는 더 작은 크기의 8천 원 짜리의 두리안을 택했다. 더 속이 꽉 찬 건 3만 5,000원 정도까지 간다.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두리안 과육을 알아서 골라먹으면 되는데 이후엔 두리안을 알아서 쪼개야 한다. 이때 두리안 껍질의 뾰족한 가시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필히 주의해야 한다.


-두리안을 맛보려면

 우리가 갔던 곳은 *노스탤지어 호텔('nostalgia hotel')을 보고 왼쪽으로 3분만 가면 나오는 곳이었는데, 이 호텔이 위치한 티옹 바루 로드는 유명한 빵집과 식당이 많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서 들려볼 만한 곳이다. 몇 번 지켜본 바로는 매일 오픈하지 않고 주로 화~토요일에 오픈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두리안 디저트 가게 *허니문 디저트('honeymoon desserts')도 추천할 만하다. 지점이 워낙 여러 개라 찾기 쉬운 데다 두리안을 어려워하는 손님들을 위해 망고나 다른 열대과일 디저트를 함께 팔기 때문. 다만 가격대는 조금 높은 편이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연두색 빛깔을 자랑하는 두리안 케이크이다. 반을 자르면 생크림과 함께 과육이 쏟아져 나오는데 보통 과일째 먹는 것보다 훨씬 향이 강하다. 또 큰 마트에 가면 두리안 아이스크림과 두리안 찹쌀떡 등도 냉동 코너에 함께 판매한다.


- 주의할 점

 끝으로 두리안이 맛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두리안을 포장 해달 라거나, 이를 들고 무작정 호텔에 들어가거나 대중교통을 탄다면 벌금을 낼 수도 있다. 법과 규칙이 엄격한 싱가포르에선 냄새가 심한 두리안을 사람이 많은 지하철, 버스에 들고 타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비닐봉지에 꽉 묶어 들고 타고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벌금 50만 원이 두렵다면 그냥 먹고 귀가하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냄새가 안 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두리안을 먹는 동안 나는 두리안 냄새를 잘 못 맡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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